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37)이 선수 복귀 후 두 번째 경기에서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이형택은 임규태(32)와 짝을 이뤄 3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2013 삼성증권배 국제남자챌린저테니스대회(총 상금 5만달러) 복식 1회전에 출전했다. 이형택-임규태 조는 이번 대회 톱 시드인 마린 드라가냐-마테 파비치(이상 크로아티아)와 대결해 0-2(5-7, 2-6)로 졌다.
경기 초반은 이형택-임규태조가 상대를 압도했다. 특히 이형택은 강한 서브와 절묘한 다운더라인 공격으로 드라가냐-파비치를 꽁꼬 묶어 4-1까지 앞서갔다. 그러나 상대는 현재 ATP 투어를 뛰고 있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었다. 결국 4-4 동점을 허용했고, 다시 5-4로 역전했으나 뒷심에서 밀렸다. 2세트에서는 일찍 승부가 갈렸다.
이형택은 지난 5월 ATP 부산오픈 국제남자 챌린저대회(총상금 7만5000달러) 복식에 임규태에 짝을 지어 복귀 첫 경기를 치렀다. 당시 와일드카드를 받아서 출전하게 된 이형택은 1회전에서 필리프 오스발트(오스트리아)-안드레아스 실레스트롬(스웨덴)과 맞붙었지만 0-2(2-6, 2-6)으로 완패했다. 경기 초반부터 두 게임을 내주며 둔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달랐다. 훨씬 몸이 가벼웠고, 힘이 느껴졌다. 이형택은 "이번 대회는 부산오픈보다 준비를 더 많이 했다. 전체적인 플레이는 만족한다. 아무래도 투어를 뛰는 선수들처럼 운동량이 많지 않아 후반에 밀렸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형택은 앞으로도 복식 경기에 출전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사실 선수 복귀를 하려고 훈련도 많이 하고 스폰서도 구했다. 그런데 현재 춘천에서 테니스 관련 재단과 아카데미를 운영하다보니 본격적으로 선수 활동을 하기에는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이벤트성으로 복식 경기에만 나가려고 한다. 단식은 개인적인 일을 다 내려놓고 운동을 해야하는 거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형택은 2000년과 2007년 US오픈 16강에 올라 한국 테니스를 세계에 알렸고, 2007년 8월 세계랭킹 36위까지 올랐다.
한편 임규태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 국가대표였던 임규태는 이형택과 함께 지난 2007년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을 20년 만에 월드그룹 16강에 진출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