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락(넥센), 리즈(LG), 밴덴헐크, 오승환(이상 삼성). 2013년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상대로 호투한 투수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시속 150㎞ 이상의 직구를 뿌리는 정통파라는 것이다. 이번 가을 두산 타선 공략의 '키워드'는 강속구였다.
두산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 나이트(6⅓이닝 2실점) 공략에 실패했다. 불펜 투수인 한현희와 손승락을 상대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한현희는 9이닝 동안 무실점하며 두산 타선을 철저하게 막았다. PO에서도 160㎞의 광속구를 던진 리즈(LG)에게 당했다. 리즈는 8이닝을 던지며 안타 1개만 내줬다. 리즈가 선발로 나온 2차전은 두산이 PO에서 유일하게 진 경기다.
한국시리즈(KS) 들어와서도 이런 흐름은 여전했다. 두산은 4명의 삼성 선발 중 유일하게 밴덴헐크에게만 점수를 뽑지 못했다. 밴덴헐크는 150㎞가 넘는 대포알 직구를 쏴댔다. 삼성 좌완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차우찬도 9이닝을 던지면서 1점만 줬다. '돌직구'를 뿌리는 오승환으로부터도 오재일의 홈런 덕에 1점을 얻은 게 전부다. 두산은 이번 PS에서 최고 시속 148㎞ 이상을 던진 투수들을 상대로는 타율이 0.171에 그쳤다. 9이닝당 얻은 점수도 1.97점에 불과하다. 반면 나머지 투수들에게는 타율 0.262를 기록하며 5.07점을 얻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 두산 타자들의 스윙 스피드가 느려져서다. 윤석환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은 "두산 선수들의 방망이가 정규시즌보다 안 돌아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규시즌보다 체력 소모가 큰 PS를 15경기나 치렀으니 당연한 결과다. 폭넓은 선수층을 활용해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는 있지만 푹 쉬고 나온 상대 투수들의 힘 있는 공을 때리기는 쉽지 않았다. 두산 벤치는 공이 빠른 대신 제구력이 흔들리는 리즈나 밴덴헐크를 상대로 어느 정도 공을 지켜보는 전략을 세웠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황병일 두산 수석코치는 "잘 쉬고 나와서인지 리즈나 밴덴헐크의 공이 정말 좋았다. 우리도 인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