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 7차전에서 3-7로 패했다. 경기 초반까지 2-1로 앞섰던 두산은 5회말 1사 만루에 마운드에 오른 필승조 핸킨스가 1⅓이닝 동안 5실점(2자책)으로 무너지면서 역전을 허용했고, 득점권 때마다 침묵한 타선은 아쉬움을 남겼다. 시리즈 초반 3승1패로 앞서가던 두산은 5·6·7차전에서 내리 패하며 KS 우승컵을 삼성에 양보했다.
준PO부터 KS 준우승까지…두산의 치열했던 가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은 '미러클 두산'으로 불렸다. 두산이 올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단 한순간도 쉬웠던 승부가 없었다. 준PO에서 3위 넥센에 초반 2연패를 당하며 수세에 몰렸지만, 극적인 3연승으로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고 PO에 진출했다. 잠실 라이벌 LG와 더그아웃 시리즈였던 PO에서는 두산에 '꼭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가중됐다. 하지만 두산은 그간의 가을야구 경험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3승1패로 비교적 손쉽게 KS행 열차를 탔다.
준PO와 PO를 거치면서 두산 선수들은 지치고 많이 아팠다. 때문에 3주를 쉬고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정규시즌 우승팀인 삼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세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시리즈 뚜껑을 열고 보니 두산 선수들은 생각보다 강했다. 대구구장에서 열린 1·2차전에서 집념의 승리를 일궈내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두산 홍성흔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간절함으로만 보면 우리 팀 만한 데가 또 있겠냐"면서 "정말 힘들게 올라왔다. 이번에는 기필코 우승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선수들도 "이번 만큼은 기필코"라는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나섰다.
그러나 이후 경기가 쉽지 않았다. 3차전에서 삼성에 시리즈 첫 패를 당했지만, 4차전에서 곧바로 설욕하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만들었다. 단 1승이면 지난 2001년 이후 12년 동안 기다렸던 KS 우승을 맛 볼 수 있는 찰나, 더 이상 승리의 여신은 두산의 편이 아니었다.
5차전에서 2점 차 패배를 당한 두산은 6차전에서 마저 삼성의 방망이를 당해내지 못하고 2-6으로 고개를 숙였다.
3승3패로 맞선 7차전에서는 경기 초반 2-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6회에만 대량 5실점하고 승기를 삼성에 내줘야 했다.
'미러클 두산'도 넘지 못한 확률 0%
두산은 1989년 단일시즌제 채택 이후 정규시즌 4위팀으로는 역대 5번째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2003년 SK 이후 10년 만이다. 그러나 앞선 네 번의 4위팀과 마찬가지로 두산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면서 확률 0%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역대 KS 우승 사례만 보더라도 직행 팀(정규시즌 우승팀)이 체력적으로나 전력상으로 절대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허구연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두산 선수들이 그동안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오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었을 것"이라면서 "공격에서 두산이 삼성보다 강할지 몰라도 삼성의 마운드는 두산보다 훨씬 위다. 결국 지키는 야구가 됐던 삼성이 두산에 앞설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두산은 이날 KS 7차전을 치르면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총 16경기(준PO 5경기·PO 4경기·KS 7경기)를 경험해 '단일연도 포스트시즌 팀 최다 경기'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두산의 가을이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황병일 두산 수석코치는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뛰어준 선수들이 대견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