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라크’의 가격을 갑당 2700원에서 2500원으로 내렸다. 이어 BAT코리아도 10월 1일부터 갑당 2700원이었던 ‘켄트’의 가격을 2300원으로 인하했다. 외국 담배회사들의 가격인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필립모리스코리아가 ‘버지니아 슈퍼슬림’을 갑당 400원 내렸고 BAT코리아도 보그의 가격을 200원씩 두 번이나 내렸다.
2년 전인 2011년만해도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줄줄이 가격인상에 나섰던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이번에는 입장을 바꿔 가격인하 ‘릴레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경쟁력 제고’, ‘소비자 선택폭 확대’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계속되는 판매부진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2011년 가격인상 이후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일제히 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당시 한 편의점 업체의 담배판매 자료에 따르면 2011년 4월 가격을 인상한 BAT코리아와 JTI코리아는 가격 인상 후 보름 만에 판매량이 각각 28.1%, 18.6% 급감했고, 이어서 2012년 2월 가격을 인상한 필립모리스코리아 또한 인상 직후 판매량이 16.4% 감소했다.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외국계 담배회사의 시장점유율도 떨어졌다. 필립모리스코리아의 올해 1월 시장점유율은 19.3%로 지난해 1월 22.7%에 비해 무려 3%이상 감소했다. BAT코리아의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1월 10.7%에서 올해 1월에 9.8%로 감소했고, 마일드세븐을 판매하는 JTI의 시장점유율도 6.3%에서 6.2%로 감소했다. 이들 3사의 연간 시장점유율도 2011년 41%에서, 2012년 38%, 올해 상반기 37.6%를 기록하며 떨어진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한번 떨어진 시장점유율이 좀체 회복되지 않자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판매가 저조한 제품들을 위주로 슬그머니 가격을 다시 인하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이같은 가격인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가격을 내린 라크나 켄트의 경우 편의점 한 곳에서 하루에 한갑도 안 팔리는 제품”이라며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던힐, 말보로 등 주력 제품들은 올린 가격으로 팔고 안 팔리는 제품들만 가격을 내려서 매출을 얼마나 끌어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기만적인 행태에 대해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011년 가격인상 당시 외국계 담배업체들은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시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수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필립모리스 코리아의 경우만 해도 영업이익이 2008년 3500억원에서 2009년 4300억원, 2010년 4800억원으로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였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2년전에 가격을 올릴 때 수익성 악화를 내세우더니 가격을 내리는 것 보면 다시 수익성이 좋아졌나 보다”고 꼬집으며 “그동안 안 팔려 재고로 쌓였던 담배들을 저가로 내다 팔려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관련업계에서는 이번에 가격을 내린 라크와 켄트 등의 제품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을 내리고도 판매가 여전히 부진하다면 해당 제품들이 국내에서 퇴출 수순을 밟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