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한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1·SK)가 구단과 첫 번째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정근우는 11일 오후 인천시 모처에서 민경삼 SK 단장과 면담을 갖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했다. 지난 6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시한 FA 자격선수 21명에 포함됐던 정근우는 마감일인 8일까지 구단에 신청서를 제출하며 자격을 행사한 최종 16명 중 한 명이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원소속팀과의 우선 협상 마감을 앞두고 이날 만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했다.
정근우는 "구단과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이번 FA 선수 중 최고 레벨에 속하고 싶고, 거기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포수 강민호(28·롯데)·선발 장원삼(30·삼성)과 더불어 이번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손꼽히는 만큼 계약 조건에서 밀리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민경삼 단장은 "유익한 이야기를 했다. 정근우는 구단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다음번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 중인 이만수(53) SK 감독은 최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정근우를) 무조건 구단에 잡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지난해에는 FA로 이호준(37·NC)이 빠져나가지 않았나. 구단에 (놓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놨다"고 강조했다.
정근우는 올 시즌 타율 0.280, 9홈런, 35타점 28도루를 기록했다. 홈런은 2005년 데뷔 후 개인 통산 최다 타이(2007년 9개)였다. 어깨 부상에 시달리는 등 128경기 중 112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팀에서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팀의 주장을 맡기도 했다.
무엇보다 SK는 정근우가 나갔을 경우 2루를 맡아줄 수 있는 백업이 다양하지 않다. 박승욱(21·통산 1군 출전 16경기)과 홍명찬(26·20경기) 정도다. 1군에서 209경기를 뛴 김성현(26)의 플레잉 타임 대부분은 교체였다. 대안이 될 수 있는 최윤석(26)은 경찰야구단에 합격했다. 내년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지만 용병을 거포가 아닌 공·수를 겸비한 내야수로 데려오는 건 쉽지 않다. 때문에 SK도 정근우를 반드시 잡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