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삼봉 삼성 단장은 지난 1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외부 FA 영입 없이 계속 키워서 썼다. 올해 거물 FA들이 많이 나온다고 해도 우리 방침은 똑같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삼성그룹에 우승 인사를 다녀온 뒤 "외부 FA 영입은 없다"고 재확인했다. 2000시즌 FA 제도가 실시된 이래 삼성은 2005년까지 총 6명의 외부 FA를 영입했다. 하지만 2006년 이후로는 9년째 외부 투자를 접었다. 왜 그럴까.
◇치솟는 FA 몸값…2군 육성이 낫다
삼성은 올해 FA 시장에서 포수와 톱타자 보강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평가다. 포수 강민호(28·전 롯데)와 발빠른 이용규(28·전 KIA)·정근우(31·전 SK)·이종욱(33·전 두산) 등이 FA를 신청했다. 그런데 올해는 거물급 FA들이 쏟아져 나와 몸값 과열 양상이 예상돼왔다. 지난해 김주찬(KIA)의 4년 50억원 계약으로 선수들의 눈높이도 훌쩍 높아졌다.
송삼봉 단장은 "강민호 몸값으로 80억~100억원이 언급되는데 선수에게 그 정도 줘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강민호의 몸값이 80억원일 경우 보상금액까지 합하면 91억~96억까지 투자해야 한다. 특정 한 선수에게 너무 많은 액수라는 시각이다. 삼성 구단의 한 관계자도 "현재 일부 FA 선수들의 몸값이 50억 원 정도로 거론되고 있더라. 그 돈이면 2군 선수에게 투자해 키워서 쓰는 게 낫다. 2군에도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은 내부 FA에게도 비교적 합리적인 몸값을 책정했다. 마해영(2004년·4년 28억원에 KIA로 이적)과 정현욱(2013년·4년 28억 6000만원에 LG로 이적)을 떠나보낼 때 삼성이 제시한 계약 기간과 금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2014년은 '시스템 야구' 시험대
삼성그룹은 국내 최고 기업이다. 돈을 쓸려면 쓸 수도 있다. 2004년 말 심정수(4년간 60억원)와 박진만(4년간 39억원)을 동시에 FA로 영입하면서 전소속팀 현대에 지급한 보상금(35억4000만원)까지 최대 134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에는 한때 '돈성(돈+삼성)'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이 따라다녔다. 삼성 관계자는 "돈성이라는 소리를 이젠 듣지 않고 싶다"고 했다. 그룹에서도 '돈성' 이미지를 싫어하는 분위기라 거액의 FA 투자를 꺼리고 있다.
2군에서 유망주를 키워 주전으로 성장시키는 '시스템 야구'로 정상을 지키자는 것이 삼성 구단의 방침이다. 외부 FA 없이도 삼성에서 자란 최형우(30)와 박석민(28), 채태인(31) 등이 팀의 주축타자가 됐다. 삼성의 자랑인 철벽 불펜은 차우찬(26), 심창민(20) 등 젊은 선수들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2010년 말 김인 사장이 부임하면서 내부 육성에 더욱 치중했다.
4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2014시즌은 삼성의 이런 방침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마무리 오승환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면서 전력 공백이 예상된다. 삼성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을 4승3패로 꺾고 힘겹게 우승했다. 외부 FA 영입 없이 정상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