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룡(28·수원)과 김승규(23·울산). 두 골키퍼가 2개월 만에 다시 파주 NFC(국가대표팀훈련센터)에 섰다.
두 사람의 표정은 두 달 전과 180도 달라져 있었다. 정성룡은 K리그 무대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 등 부진한 플레이(31경기 37실점)를 했다. 그는 반삭발까지 하며 명예회복을 다졌다. 반면 리그에서 0점대 방어율(29경기 23실점)을 기록 중인 김승규는 위풍당당했다.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졌다.
정성룡은 12일 파주 NFC에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나타났다. 그는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정성룡은 쑥스럽다는 듯 카메라 앞에 서서 후딱 인터뷰를 해치웠다. 부동의 A대표팀 골키퍼였던 정성룡은 흔들리고 있었다. 먼저 들어온 김승규는 자신감이 넘쳤다. 걸음걸이부터 당당했다. 기자들 앞에서는 표정관리를 했다.
2개월 전 상황과 완전히 역전된 분위기다. 9월 4일 파주 NFC, 홍명보 감독은 골키퍼 3명에게 공식 인터뷰를 맡겼다. 정성룡의 단단한 입지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정성룡은 여유가 넘쳤다. 그는 "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아이도 셋이나 있다. 이것도 나의 경쟁력"이라며 껄껄 웃었다. 김승규는 울산에서 김영광(29)을 따돌리고 주전을 꿰차며 서서히 올라오고 있을 때였다. 김승규는 긴장한 말투로 "순발력은 내가 좀 뛰어난 것 같다"면서도 "지금은 성룡이형과 격차를 좁혀야 하는 것이 먼저다.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9월 이후 상황이 변했다. 정성룡은 지난 1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36라운드에서 이명주의 평범한 슛을 놓쳐 실점했다. 이 때문에 수원은 1-2로 역전패했고, 비난의 화살은 골키퍼 정성룡을 향했다. 대표팀 경기나 소속팀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었기에 실수가 더욱 뼈아팠다. 경기를 마친 뒤 반삭발을 했다는 정성룡은 인터뷰 중 말이 뚝뚝 끊겼다. 실수를 의식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운동하면서 처음 겪어본 일이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왔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반면 김승규는 2개월 동안 승승장구했다. 올해 소속팀에서 14차례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한 그는 "경쟁은 어디서나 한다. 출전하면 실점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정성룡의 실수에 대해서는 "같은 포지션에 뛰는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다. 성룡이 형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든 경기를 잘 했다. 여전히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고개를 숙이는 여유까지 보였다. 김승규는 골키퍼 경쟁에 대해 자신의 장점 어필하던 예전과 달리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고 짧고 굵게 한 마디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