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24·서울시청)가 약점을 완벽하게 극복하면서 역대 최고의 여자 단거리 스케이터로 진화했다.
이상화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2014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36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이상화는 전날 1차 레이스에서 직접 세운 36초57의 종전 세계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그는 지난 10일 월드컵 1차 대회 2차 레이스(36초74)에 이어 3차례 레이스 연속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일주일 사이에 세계기록을 무려 0.38초 앞당겼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당시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김관규 빙상연맹 전무이사는 "이제는 이상화가 어디까지 튀어오를 지 모르겠다"며 극찬했다.
향상된 스타트, 세계新에 탄력
이상화의 '세계 기록 레이스'는 흠잡을 데 없었다.
초반 100m부터 달랐다. 이상화는 그동안 초반 100m 기록이 10초3~4대에 그쳤다. 초반 스피드는 이상화의 약점이었다. 경쟁자 예니 볼프(독일), 왕 베이싱(중국) 등은 초반 100m에서 10초1~2대를 기록했다.
이상화는 케빈 오버랜드 대표팀 코치와 함께 여름 내내 스타트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5㎏ 감량해 몸을 가볍게 하면서 초반부터 용수철처럼 튀어나갈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또 초반 100m 스트로크(다리를 교차하는 수)를 28~29회로 늘리면서 남자 선수들 못지 않은 주법을 완성했다.
그 결과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 여자 선수 역대 최고인 10초09의 스타트 기록을 세웠다. 김 이사는 "이상화의 가장 큰 약점이 초반 기록이었는데 이를 완전하게 해결했다. 초반을 잘 타니 원래 좋았던 후반 기록도 더욱 탄력이 붙었다"고 평가했다.
장점 살리고 한계 극복하고
레이스 내내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안정된 레이스도 돋보였다. 163㎝인 이상화는 상대적으로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키가 작다. 그러나 자세를 낮출 수록 공기의 저항을 덜 받고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세 유지를 위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이상화는 여름에 웨이트 트레이닝, 사이클 훈련 등 힘든 체력 훈련을 소화했다.
대회가 열린 솔트레이크시티 오벌은 해발 1425m의 고지대에 위치해 공기 저항이 적다. 이를 활용해 이상화는 최대한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후반으로 갈수록 스피드를 높이는 레이스 운영을 했다. 그는 막판 400m 랩타임에서 26초27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김 이사는 "레이스 중반 이후 욕심이 생기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 그런데 상화는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자세를 유지했다. 그렇게 유지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그만큼 많이 성숙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기록에는 인·아웃코스 구분도 없었다. 이상화는 그동안 아웃코스에서만 세계 기록을 경신해왔다. 그는 평소 "인코스에서 유독 실수가 잦았다. 아웃코스가 편하다"고 밝혀왔다. 아웃코스는 첫 코너 이후 경쟁자를 앞에 두고 속도를 끌어올려 막판에 치고 나갈 수 있는 심리적인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 1차 레이스에서는 인코스에서 세계 기록을 세웠다. 자신의 한계를 모두 극복해 이뤄낸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