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가 23일 마지막 홈경기를 치렀다. K리그 7회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이룬 일화 축구단이 한국 축구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성남은 2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대구 FC와의 2013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38라운드를 치렀다. 경기는 팽팽한 접전을 거듭하다 0-0으로 끝났다. 이날 경기는 '성남 일화'의 이름으로 열린 마지막 홈경기였다. 성남은 다음 시즌 일화 축구단에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일화 축구단은 1989년 3월 탄생했다. 당시 서울을 단독 연고지로 채택한 최초 프로축구단이었다. 창단 초기에는 부진했지만 1993~1995년까지 정규리그 3연패를 기록했다. 1996년 충남 천안으로 연고 이전을 했고, 구단명도 천안 일화 천마로 변경했다. 천안으로 연고 이전을 하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당시 홈 경기장이었던 천안오룡경기장 조명탑 설치가 안돼 여름과 평일에 야간경기 진행이 불가능하면서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다시 연고 이전을 계획했고, 1999년 12월 경기 성남으로 옮겨 2000년부터 성남 일화 시대를 개막했다.
성남 일화는 201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2년 시즌 후반 모기업인 통일그룹의 고 문선명 총재가 세상을 뜨면서 축구단이 급격히 위기를 맞이했다. 통일그룹은 축구단 운영 의지를 상실했고, 성남 일화는 해체 위기까지 몰렸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지난 10월 성남시민프로축구단 전환이 확정됐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21일 오후 문화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시민프로축구단 지원 조례안을 심사보류시켰다. 일부 의원들이 연간 150억원의 비용이 드는 시민구단 창단을 결정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고, 결국 이 주장이 관철되면서 조례안 통과가 미뤄졌다. 이에 따라 25일 예정된 3차 본회의까지 시민축구단 지원 조례안을 상정하지 못하게 됐다. 다음 시즌 계획을 짜야 하지만 조례안 자체가 상정되지 못하면서 창단 전부터 최대 위기를 맞았다.
마지막 홈 경기는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경기 전부터 성남 서포터즈들은 경기장 동·서문 앞에서 '성남시 시민프로축구단 지원조례 제정촉구 축구사랑 시민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안익수 성남 감독도 "성남 일화라는 이름으로 치르는 마지막 홈 경기인데, 시민프로축구단 창단에 제동이 걸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경기장을 찾아 "성남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성남시민들에게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