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이 소속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5)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 살 때 부모가 이혼했고 어머니 마리안 로빈슨이 그를 키웠다. 하루종일 허드렛일을 하며 힘들게 번 돈을 모두 커쇼의 교육비로 썼다. 커쇼는 부자가 되는 게 목표는 아니었지만 고생하는 홀어머니를 쉬게 해주고 싶었다. 텍사스 A&M 대학교 입학 예정이던 커쇼는 진학을 포기하고 다저스에 입단했다. 고교 동창생 엘렌 멜슨(25)과의 사랑도 커졌다.
어머니로부터 희생을, 엘렌으로부터 사랑을 배운 커쇼는 반듯한 길로만 걸었다. 커쇼는 지난 20일(한국시간) 지금은 아내가 된 엘렌과 비행기에 올랐다. 아프리카의 오지 잠비아로 봉사활동을 떠난 것이다.
잠비아는 2010년 결혼한 두 사람의 신혼여행지이기도 하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엘렌은 달콤한 신혼여행 대신 따뜻한 봉사여행을 제안했다. 커쇼는 잠비아에서 에이즈에 걸린 11살 소년 호프(Hope)을 만난 뒤 고아원 '희망의 집(Hope's home)'을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 지었다. 커쇼 부부는 매년 시즌이 끝나면 잠비아로 날아가 어린이들과 놀아주며 선교활동을 한다.
그는 삼진 하나를 잡을 때마다 500달러(약 52만원)를 적립해 잠비아 어린이들의 교육사업에 보탠다. 매년 10만 달러(1억500만원) 이상을 적립하고 있고, 올해는 '선수들이 뽑은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기념으로 26만 달러(약 2억7000만원)를 추가로 기부했다.
커쇼는 선수로 뛰는 LA와 그의 고향 댈러스에서도 봉사활동을 한다. 그는 학생들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만들어 야구를 직접 가르친다.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한 올해도 시즌이 끝나자마자 댈러스로 달려가 봉사활동을 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그는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커쇼는 야구선수에게 주는 선행상을 다 받았다. 지난 17일엔 '브랜치 리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브랜치 리키는 메이저리그 최초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을 영입한 다저스 구단주로 인종의 벽을 깬 인물이다. 커쇼는 지난해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받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선행을 많이 한 클레멘테를 기리는 상이다. 수상자의 평균 나이가 35세지만 커쇼는 24세에 상을 받았다. 커쇼는 "사람들은 뭔가를 이룬 뒤 돌려주려 한다. 그러나 봉사는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쇼는 2008년 풀타임 선발투수로 성장했고 2010년부터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잠비아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인 2011년엔 다승(21승)·탈삼진(248개)·평균자책점(2.28) 1위에 오르며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16승을 올린 올 시즌엔 탈삼진(232개)·평균자책점(1.83) 1위에 올라 두 번째 사이영상을 받았다. 명실공히 현역 최고의 투수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프리 에이전트(FA)가 되는 커쇼를 잡기 위해 다저스는 7~8년 총액 2억 달러(2000억원)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액 계약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커쇼의 빠른 공과 낙폭 큰 커브도 일품이지만 반듯한 인품과 남을 위하는 마음이 그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형 계약을 앞두고 전략을 짜야 할 때이지만 그는 지금 잠비아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본다. 그들에게 신앙을 전하지는 않는다. 그저 크리스천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려 노력할 뿐이다." 커쇼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