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한이(34)가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배드민턴을 하려고 했는데 개인일정 탓에 조금 미뤘다"고 웃었다.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자신만의 특별한 시즌 준비 돌입 체제다.
박한이는 지난 2011년 겨울부터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다. 비활동기간 대부분의 선수들이 실내 훈련장에서 웨이트 및 달리기 운동을 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처음에는 류중일(50) 삼성 감독이 배드민턴을 권유했는데, 이제는 본격적인 몸 만들기 전 필수 과정이 됐다. 류 감독의 소개로 일반 동호인들과 함께 운동해 온 그는 "이제 배드민턴을 안 하면 찝찝하다. 꼭 필요하다"며 "일단 시작하면 거의 매일 라켓을 쥔다. 예년의 경우 적게는 3시간, 많게는 5~6시간 까지 했다. 올해도 똑같이 소화할 것이다"며 예찬론자가 됐다.
박한이는 배드민턴을 하며 조금 일찍 시즌을 준비한다. 이를 통해 1월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를 대비한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이전과 같은 몸 관리로는 쉽게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몸을 만든 상태에서 전지훈련을 가야한다. 곧바로 (스프링캠프에서) 운동을 시작하면 너무 힘들다"고 설명했다.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발이 필요한 외야수로 뛰고 있는 만큼 순발력 향상 목적도 크다. 그는 "배드민턴이 순발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더라. 효과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류중일 감독도 시즌 중 "박한이가 배드민턴에 재미를 붙였다. 선수처럼 잘 친다. 그 덕에 민첩성과 순발력 등 움직임이 좋아졌다”고 재빨라진 그의 모습에 만족해했다.
배드민턴은 팀 내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그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이제 어린 후배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 시즌 타율 0.284·6홈런·55타점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KS)에서는 24타수 7안타(타율 0.292)·6타점·6득점을 올리며 생애 첫 KS MVP를 거머쥐었다. "올 시즌 해볼 건 다 해봤다"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그는 "타율이 낮았다. 한창 컨디션이 좋을 때 손목을 다쳐서…"라며 "그래도 3할 타율은 기록해야죠"라고 밝혔다. 그는 "배드민턴을 하며 일찍 시즌을 준비해야 후배들을 따라갈 수 있다. 이렇게 안 하면 너무 힘들어서 한 시즌을 버틸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