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Sun)'이 달라졌다. 선수들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친근한 감독'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면 KIA의 팀 분위기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선동열 '반성과 변화'
KIA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 수비 훈련이 시작되자 선동열(50) KIA 감독이 배트를 들고 나와 펑고를 쳤다. 훈련을 마칠 때는 제일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여기저기 흩어진 공을 주어 담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KIA 관계자는 "이번 마무리 캠프는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선 감독이 먼저 펑고를 치고, 공을 주워담으며 선수단과 함께 호흡하기도 했다"며 "감독이 먼저 움직이니 선수들도 느끼는 점이 있는 것같더라. 캠프 분위기가 상당히 좋고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선 감독에게 2012~2013년은 시련의 시간이었다. '타이거즈'는 지난 2년 동안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곤 했다. 우승 경험이 있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선 감독은 "사고를 치겠다"며 우승을 향한 포부를 밝히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2012년 5위에 머문 KIA는 올해 4월을 1위로 관통했지만, 5월 이후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8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통렬한 자기 반성이 필요했다. 선 감독은 지난달 28일 마무리 캠프를 마치며 "선수단 모두 올 시즌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을 했다. 혼연일체가 돼 훈련에 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KIA 관계자는 "감독님께서도 지난 시즌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씀하시더라. 지금까지 이어져온 팀 분위기와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고 귀띔했다.
◇한대화·이범호 '든든한 원군'
한대화(53) 수석코치와 신임 주장 이범호(32)도 달라진 KIA를 만들기 위해 똘똘 뭉쳤다. KIA는 지난 10월 한대화 전 2군 총괄이 1군 수석코치로 올라오는 등 대대적인 코칭스태프 보직 개편을 했다. 선수들도 김상훈을 대신해 이범호를 새 캡틴으로 맞이했다.
한대화 수석코치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원만하게 연결할 수 있는 적임자이다. 2010~2012년 한화 감독을 역임한 그는 격의 없는 태도와 소탈한 성격으로 선수들로부터 신임을 받았다. 팀 성적이 떨어지고,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팀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능력을 보여줬다.
새 주장 이범호도 마찬가지이다. 한화와 일본 소프트뱅크를 거친 그는 KIA에서 제3의 야구 인생을 걷고 있다. 짱짱한 야구 실력과 스타성을 갖췄지만 '이적생'의 고달픔을 안다.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LG 외야수 이대형을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 투수 김태영(개명 전 김상현)과 넥센 내야수 김민우 등을 맞이했다. 당장 내년 시즌부터 주전급으로 활약할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이범호의 역량이 발휘될 전망이다.
둘 모두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한대화 수석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에 믿음을 바탕으로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야구는 선 감독님께서 하신다. 나는 부드러운 수석코치로서 보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범호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선후배 사이에 소통이 이뤄져야만 좋은 분위기에서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다"며 "감독님과 자주 대화하고 선수들의 의사도 충실히 전달하도록 하겠다. 동시에 예의를 중요시하는 타이거즈의 장점도 살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