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수(20·두산)는 충암고 3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2011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5연속 완투승으로 팀을 정상으로 이끌고 자신은 대회 MVP와 우수투수상을 차지했다. 문제는 투구수였다. 8강부터 결승까지 3일간 3경기에서 무려 362개, 대회 총 624개의 공을 던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그 후로는 어딜 가나 ‘혹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고교 최대어였음에도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되지 못하고 2라운드로 밀렸을때도 혹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2라운드 13번으로 두산에 지명된 후에도 변진수의 어깨상태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입단 첫해인 2012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2013시즌에 첫해에 비해 부진하자, 어김없이 ‘혹사 후유증’이야기가 나왔다.
변진수는 “(혹사 논란이) 솔직히 좀 지겹다. 흔히들 150개, 200개 정도만 던지면 ‘혹사’ 라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던지면 던질수록 강해지는 스타일”이라며, “혹사 당했다고 생각해 본적도, 몸으로 느낀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혹사로 고생하는 선수는 두 가지 잘못을 했기 때문이다.”며 “공을 많이 던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던지고 나서 휴식을 잘못한 것, 공 던지기 전에 애초에 잘못된 운동을 해둔 것 이 문제”라고 말했다. 수없이 반복된 논란에 마침표를 찍고 싶은 듯, 변진수의 말투에서 확고함이 느껴졌다.
변진수는 시즌 전 마무리 후보로 꼽힐 만큼 기대가 컸지만 2년 차 징크스에 허덕였다. 2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4.70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본인은 혹사의 후유증을 탓하기보다 스스로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있었다.
- 비시즌 기간, 무얼 하며 지내나.
“시즌이 끝났지만 노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 내년 시즌 대비해서 조금씩 준비 중이다. 작년 캠프 전 체중이 늘어서 한동안 고생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식단을 조절하면서 웨이트와 런닝을 하고 있다.”
- 본인의 2013시즌 점수를 매겨보자면.
“점수를 주고 싶지도 않다. 0점이다. 기복이 너무 심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안든다.”
- 어떤 점이 가장 잘못됐다고 생각하나.
“시즌 전 준비가 잘못됐다. 갈팡질팡했다. ‘나만의 운동방식’ 을 연구했던 것이 패착이다. 밸런스가 무너져버렸다. 나 정도 젊은 선수를 수없이 조련하셨던 감독, 코치님이 시키는 운동방법에 따랐어야 했다.”
- 후반기에는 조금씩 살아난것 같은데.
"스스로 많이 고민했고, 김선우 선배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 어떤 조언이었나.
“변화구나 제구로 이리저리 요리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상대를 힘으로 윽박지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효과적이었다”
- 실제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들에게서 ‘변진수의 공’ 은 어떤 평가를 받나.
“느리게 들어오는 듯하다가 갑자기 ‘퍽’하고 꽂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쉽게 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타이밍 맞추기가 어렵다고 한다.”
- 이번 캠프에서 ‘이것만큼은 꼭 이루고 오겠다’는게 있다면.
“몸 쪽 제구다. 고교시절부터 몸쪽 잘 던지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스스로도 자신있었다. 올 시즌엔 밸런스가 나빠 몸쪽으로 던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자신감이 없어서 바깥쪽만 던졌다. 캠프에서 집중훈련 할 계획이다”
- 2014시즌에 맡고 싶은 보직은.
“선발은 싫다. 하루 던지고 쉬는 건 힘들다. 나는 매일 경기에 나가고 싶다. 두산에 너무 좋은 투수가 많아 원하는 자리를 들어가기 힘들겠지만, 욕심나는 포지션은 마무리 투수다”
- 2014시즌 어떤 타이틀을 차지하고 싶나.
“최다경기 출장, 최다이닝 투구다”
- 조금 특이하다. 이유가 뭔가.
“다승왕이나, 탈삼진왕 보다도, 나는 ‘많이 던지는것’을 더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감독님께 신뢰받는 투수라는 뜻이고, 투수로서 팀에 중요한 존재라는 걸 말해주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 앞서 혹사 논란에 관한 입장도 그렇고, 유독 경기에 많이 나서는것을 원하는 것 같다. 부상이 걱정되지는 않나.
“부상을 무서워해본 적이 없다. 야구 선수란 어쩔 수 없이 부상을 당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아플까봐 걱정하고 겁내는 시간이 아깝다. 자신 있게 던지다가 부상을 당하면, 충실히 재활해서 다시 올라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