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방송가 최고의 히트상품인 '응사'가 비지상파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94학번'부터 '94년생'까지 사로잡은 '응사'의 성공 비결은 뭘까.
28일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마지막회는 11.9%(닐슨코리아)를 기록,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시청률을 이끌어냈다. 동시간대 MBC '사랑해서 남주나'와 SBS '열애' 등 지상파 주말극을 모두 제치고 이뤄낸 성과다. 예능 프로그램 출신 제작진의 호흡, 배역과 딱 맞아 떨어진 배우들, 드라마의 배경이자 소재인 90년대 대중문화의 힘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응사'의 힘은 KBS 예능국 출신으로 '남자의 자격'등을 만들었던 '94학번'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찰떡같은' 호흡에서 나왔다. 기존 드라마와는 차별된, 예능 출신다운 감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속도감 있는 에피소드별 이야기 전개, 치밀한 반전, 감각적 대사와 유머 등이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 감동을 배가시키는 내레이션이나 효과음도 신선한 시도였다. 특히 '극본 공동집필체제'로 타 드라마와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원톱 작가'를 내세우는 일반적인 드라마와는 달리, 이우정·김대주 등 총 6명의 작가가 역할을 나눠 대본을 완성했다.
제작진은 "작가진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면서 각 회당 스토리의 가닥을 잡았다. 각 지방 출신 작가들이 만들어낸 사투리 대사도 큰 재미를 줬다"고 밝혔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예능 시스템을 드라마에 잘 접목시킨 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정착된 분업 시스템"이라며 "대중들의 공감포인트를 잘 끄집어냈고, 드라마계 고질병인 막장 코드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고아라·정우·유연석은 '응사'를 통해 배우로서 재평가받았다. 김성균과 손호준·바로·민도희 등 조연들도 고루 인기를 끌었다. 1~2명 톱스타 중심의 출연보다는 '지방 곳곳에서 올라온 하숙생'이라는 컨셉트에 맞게 연기자들을 기용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신원호 PD도 "캐릭터에 맞는지, 또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할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캐스팅 조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연출인 안제민PD는 "아이돌 중심의 '응칠' 때와 달리 배우 출신들이 많아 현장이 좀 더 진지한 분위기였다"며 "그래서 '응칠'의 팬덤 소재와는 또 다른 느낌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90년대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도에 맞게 당시 대중문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도 드라마의 인기에 큰 도움이 됐다. 서태지아이들과 이승환, 룰라·투투 등의 90년대 히트곡들은 주요 순간마다 배경음악으로 깔려 재미를 배가시켰고, 주제를 선명하게 했다. 90년대를 기억하는 시청자 뿐 아니라 10대와 20대의 호기심까지 자극했다.
박은석 음악평론가는 "90년대는 대중음악의 중심이 팝송에서 가요로 전환되던 시기다. 신해철·김현철 등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 그리고 서태지 등 해외 트렌드를 수용한 가수들이 주도한 두 갈래의 흐름을 타고 가요의 질이 높아졌다"며 "과거 '써니' 등 80년대를 다룬 작품들에 주로 디스코 등 팝 음악이 배경으로 깔렸다면, '응사'에서는 그 시절 가요를 활용해 시대적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설명했다.
90년대를 제대로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도 애초 이 드라마가 가졌던 숙제. 이를 위해 제작진은 의상-장소-소품 3부분에서 철저한 고증을 통해 90년대를 재현했다.
양종성 섭외부장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오리지널리티'다. 해당 브랜드의 의상을 구하고, 안 될 경우에는 직접 제작을 하는 식"이라며 "100% 재현이 되지 않더라도 최대한 90년대의 느낌과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막판 링겔투혼까지 불사했던 신PD는 "사극보다 힘들다"는 말로 90년대 고증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