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의지(27)가 치열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는 매일 오후 1시에 잠실구장에 나와 배팅 훈련과 캐치볼을 소화한 뒤 웨이트 훈련에 매진한다. 하루 운동을 끝내고 귀가하면 시계는 어느덧 오후 8시를 가리킨다. 아직까지 허리 통증이 남아있음에도 2014시즌을 향한 그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양의지는 "지난해의 아쉬움을 올해는 꼭 씻어내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올해 양의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양의지를 대신해 두산의 안방을 지켜내며 괄목할 만한 능력을 선보였던 최재훈(25)과 안정적인 백업으로 평가받았던 박세혁(24)이 없다. 최재훈은 어깨 수술과 재활로 복귀까지 시간이 좀 걸리고, 박세혁은 상무에 입대했다. 송일수 두산 신임감독은 "(양의지가)오프시즌 때 몸을 잘 만들어서 내년에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무거워진 책임감만큼이나 부담감이 들 법도 하지만, 양의지는 "부담감은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다들 올해 두산 안방이 걱정이라고들 하는데 우려하는 것만큼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양의지는 아직까지 허리 통증을 안고 있는 상태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 허리 치료와 함께 몸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양의지는 "포지션 특성 때문에 허리는 이미 틀어져 있어서 완치는 힘들다. 지금도 아팠다 안 아팠다 한다. 주사를 계속 맞으면서 치료는 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스프링캠프 시작을 미국에서 한다. 따뜻한 곳에서 운동을 하면 몸을 만드는데 조금 더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양의지는 "2013년을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시즌 전 목표로 삼았던 두 자릿수 홈런 달성과 전 경기 출장에 실패했고, 무엇보다 설욕전을 기대했던 포스트시즌에서 그는 두산의 안방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던 고질적인 허리 통증 때문에 체력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6월에는 자진해서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양의지는 "지난해 가을만 생각하면 스스로에 욕을 해주고 싶다. 실망도 자책도 많이 했다"면서 "어느 시즌이든 끝나고나면 아쉽지 않은 순간이 없는데 지난해는 유독 심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성적이 아주 나쁜 것도 아니었다. 양의지는 지난해 114경기에 출장해 7홈런 57타점 0.248의 타율을 기록했다. 실책은 4개로 신인왕에 올랐던 2010년(10개)과 비교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강성우 두산 배터리코치는 "(양)의지가 수비면에서 많이 좋아졌다. 투수 리드도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연봉도 올랐다. 2014년에 그는 기존 연봉1억5500만원에서 29%(4500만원)인상된 2억원에 두산과 재계약했다. FA(프리에이전트) 김동주, 홍성흔과 김현수에 이어 팀 내 야수진 중 네번째로 많은 연봉이다. 구단 관계자는 "(양)의지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가 드물다. 지난해 스스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어찌 됐든 100경기 이상 출장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의 꾸준함을 구단에서는 높이 산다"고 평가했다.
양의지는 2014시즌 이후 7년 동안 연애한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그는 "연봉 2억원과 결혼에서 느껴지는 책임감이 있다. 2014년에는 일 한 번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