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타래(김태호, 30)에게 20대 마지막 해는 누구보다 다사다난했다. '14년차 2세대 래퍼'로서 Mnet '쇼 미더 머니2'에 참여했지만 탈락한 후 "정말 아까웠던 친구" "실력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심사위원 이현도와 MC메타의 말에 위로를 삼아야 했다. 이후 힙합계를 뒤흔든 디스전에서는 '싸우지마'라는 곡으로 참여해 포털 상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이후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야겠다는 심경으로, 비슷한 처지의 '슈퍼스타K' 탈락자 민훈기·쓰레기스트와 함께 알바천국 CF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도 그는 각종 아르바이트와 아이돌 가수들의 랩 레슨을 병행하면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던 '생계형 래퍼'. 담담하게 모자를 눌러쓴 그의 모습에서 허세보다는 요새 젊은이들 특유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최근 발표한 싱글 '블랙'(Black)의 "난 홀쭉한 인생 경차. 끌어도 내 여자만큼은 뜨겁게 끓여"라는 가사가 남 이야기 같지 않다. 티아라 출신 화영의 랩 선생님으로도 유명한 그를 최근 만났다. "생각보다 키가 크다"는 말에 대뜸 "깔창을 신어서 그렇다"고 솔직하게 답하면서도,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기본형인 3cm 이상은 신지 않는다"고 바로 해명하는 모습이 진솔해보인다. 2014년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중고 신인 타래를 만나봤다.
-언더에서는 잔뼈가 굵은 래퍼라 들었다.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 달라.
"어린 시절부터 주로 랩배틀 대회와 각종 행사들에 참가하면서 나름의 경력을 쌓아왔다. 2003년 '나이키 랩배틀'과 2006년 '밀러 웨이 랩배틀' 등에서는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엔 앨범을 통해 활동하고 싶어 기획사에 들어갔다. 애즈원의 '키스미'에 피쳐링 참여했고, 개그맨들이 결성한 웅이네 앨범에서 프로듀싱을 맡기도 했다."
-랩을 하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던데.
"어린 시절에 비보잉을 하다가 너무 아파서 랩으로 갈아타게 됐다. 그보다 어린 시절엔 태권도를 배우다가 다리를 찢어야 한다는 미션을 받고 '내가 생각한 태권도가 아니야'라며 그만둔 적도 있다(웃음). 초등학교 6학년때 들었던 마이클잭슨 '히스토리' 앨범과 중학교 때 접한 업타운 1집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중학교 때는 영어랩을 많이 외우고 다녔는데, 학교에서 '이건 나 밖에 할 수 없어'라는 생각에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현직 아이돌 가수들의 랩 선생으로 유명한데.
"그룹 티아라, 스피드, 비투비 등의 랩 레슨을 담당했다. 지금은 대중음악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화영이와는 남녀공학 때부터 인연이 이어져서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보이스컬러와 성량도 좋고 무엇보다 끼가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소속사를 옮긴 화영에게 한마디 해 준다면.
"이번에 소속사를 옮기면서 연기 쪽으로 갈 것 같던데, 어느 위치에 있든 최고가 되려는 마음가짐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 생각대로 열심히, 악착같이 하다 보면 다 잘 될거라 믿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평소에 일적인 얘기는 잘 안한다. 주로 화영이가 힘들 때 조언을 구해오곤 한다."
-지난해 '힙합 디스전'에 참여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싸우지마'라는 내 진심을 담은 곡으로 참여했다. 디스전을 벌이는 래퍼들이 다들 각자의 팬덤도 있고 유명한 사람들 아닌가. 게다가 여긴 미국도 아니고 이 좁은 마을에서 왜 싸우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어느날 '나도 해봐야지' 하고 2~3시간 정도 고민해서 올렸는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등 반응이 컸다. 다 화영이가 리트윗해준 덕분이다(웃음)."
-디스는 힙합의 고유문화 아닌가. 싸우지 말라는 것이 이상하다.
"부잣집 아들내미, 혹은 상류층끼리의 싸움이라고 본 거다.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영세업체도 있는데 삼성과 LG끼리는 서로 잘 나가면서 왜 저렇게 싸울까 하는 마음이었다. 디스 문화는 힙합문화 안에서 하나의 이벤트같은 것인데 행여나 이슈거리 수단으로 전락할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미국은 땅떵이가 커서 주마다 대표 래퍼들이 있다. 그들이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서로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 우리는 주말에 홍대만 가도 다 만나지 않나."
-생각보다 키가 커 보인다.
"깔창을 신어서 그렇다. 래퍼가 무슨 깔창이냐고 할 수도 있는데, 이건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뒤쳐진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피로회복제랄까. 그래도 나름 기본형인 3cm 이상은 깔지 않는다. 에어달린 깔창은 사치라고 본다."
-신곡을 내고 어떤 무대에서 활동중인가.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무대 등에 오르고 있다. 소속된 크루도 없기 때문에 공연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올해에는 좀 더 많은 곡으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