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야수 이명기(27)는 오는 15일 사이판으로 출국해 다음달 15일까지 현지에서 훈련을 소화한다. 같은 날 미국 플로리다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1군 주요 선수들과 다른 행보다. 부상에서 재활 중인 선수들을 따로 모아 떠나는 이번 사이판 훈련은 2014시즌 SK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포인트다. 멤버도 쟁쟁하다. 투수 윤길현(31)과 포수 이재원(26), 외야수 한동민(25)이 포함됐다. 여기에 8개월째 재활 중인 이명기도 이름을 올렸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이명기는 "며칠 전에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진단을 받았는데 훈련 페이스를 올려서 해도 괜찮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가장 큰 문제였던 뛰는 것을 사이판에 가서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발목 적응 훈련'이다. 치고 던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불편함을 겪고 있는 발목 상태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게 중요하다.
이명기는 지난 5월8일 문학 두산전에서 3회 홍성흔(36)의 타구를 잡기 위해 뛰던 중 펜스에 부딪치며 발목 부상을 당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왼발 아킬레스건 근처 뼈에 멍이 들었고 당초 7월초 1군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증이 가시지 않아 기약 없이 재활에만 몰두하다 시즌을 접었다. 부상 전까지 타율 0.340을 기록하며 SK 타선에서 감초 역할을 해내고 있었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이 문제였다. 그는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다친 적이 없어 조급했던 것도 있다"며 "아직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항상 체크한다"고 말했다.
이명기는 부상 전까지 정근우(32)와 함께 테이블세터로 출전했다. 때문에 최근 정근우가 한화로 FA(프리 에이전트) 이적하면서 발생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첫 번째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는 1군 경험이 별로 없어서 볼카운트가 몰리면 심리적으로 위축 됐었다"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하다가 이후에 욕심이 생겨서 쫓기는 게 있었다. 이 부분을 잘 컨트롤 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풀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주 포지션인 외야수로 외국인 타자 스캇(36)이 들어온 것이다. 여기에 이미 SK 외야는 김강민(32)과 박재상(32)·한동민(25)·임훈(29) 등 자원이 풍부하다. 분명 쉽지 않은 경쟁이다. 그는 "스캇은 외야수로 뛸지 1루로 뛸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며 "다른 사람과 경쟁한다기보다 내가 잘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을 많이 쉬었으니까. 2차 캠프에 합류할 수 있도록 연습량을 늘려 집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