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진(27)이 '늦깍이 아역' 꼬리표 떼고 '배우' 타이틀을 달았다. 경수진은 생애 첫 타이틀롤을 맡은 KBS 2TV 아침극 '은희'로 '2013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데뷔작 '적도의 남자'에서 이보영의 아역으로 관심을 받은 지 딱 1년 만에 얻은 성과다. 경수진은 지난해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조인성의 첫사랑, '상어'에서는 손예진의 아역으로 출연해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손예진 닮은꼴'로 데뷔 1년 동안 그 어떤 신인 보다 많은 사랑을 받은 경수진. 과감하게 140부작 '은희'를 택하더니 '손예진을 닮은 얼굴'이 아닌 '연기력'을 보여줬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김은희 역을 맡아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며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다. 6개월 동안 작품을 흡입력 있게 이끌며 종영회(지난 3일 방송)에서는 시청률을 17%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기자와 만난 경수진은 "뒤늦게 배우 생활을 시작한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게다가 신인상까지 받았지 않았나. '경수진에게 신인상 주길 잘했다'는 말을 들으려면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2013 KBS 신인상' 수상 당시 정말 많이 울더라. 기대 안 했었나.
"생각도 못했던 수상이었다. 복합적인 눈물이었다. '은희'를 촬영하면서 힘든 날도 있었고 옆에서 힘을 붇돋아준 분들도 생각나고. 모든 게 마냥 감사하더라. 사실 참석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참석한 자리였다. 내가 그토록 오르고 싶었던 레드카펫을 밟은 것 만으로 벅찼다. 거기에 수상까지 하다니 믿을 수 없더라. 그 행복한 감정은 2013년 12월 31일로 끝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내가 이 상을 받은 이유는 뭘까'에 대해 생각했다. 다른 후보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주는 상'이라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드라마 '상어' 커플 연준석도 수상했더라.
"시상식이 끝나고 준석이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정말 쑥스러워하더라. 같은 날 상을 받아 정말 기뻤다."
-'은희'는 아침 드라마다. 트렌디한 드라마가 아니라 출연을 두고 고민했을 것 같다.
"단 한 순간도 없었다. 걱정을 했다면 '내가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140부작이라 부담이 좀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겁 없이 시작한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어딜가든 반겨주셔서 방영 내내 정말 좋았다."
-힘든 시기는 없었나.
"방황을 하긴 했다. 내가 연기하는 폭이 좁다는 생각 때문에 '극을 끝까지 이끌어가지 못할 것 같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드라마 '상어'와 영화 '홀리'(13) 촬영이 겹치면서 부담이 생겼다. 그런 감정들을 빨리 떨쳐버리기 위해 작품에만 몰입했다. 선생님들의 조언 덕분에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 번의 위기를 넘기고나니 전보단 조금 담대해지더라. 배우로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 바뀌었고. 연기를 하면서 나에 대한 생각, 작품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는 계기가 됐다. 또 은희를 연기하면서 스스로 예민해지고 섬세해지려고 노력했다. 어떤 반응에도 섬세하게 반응하기 위함이었다. 작품을 거듭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겠지."
-'은희'를 통해 '000의 아역' 꼬리표를 뗐다. 또 누군가의 아역 제안이 들어온다면.
"좋은 작품이라면 당연히 할 거다. 모든 지 열심히 할 때 아닌가. 그보다 이제 나에게 아역이 들어오느냐가 문제 아닐까. 하하."
-브라운 아이드 소울 '너를' 뮤직비디오에선 김영광과 커플 연기를 했다. 데뷔 첫 키스신이었는데 어땠나.
"정말 쑥스럽고 힘들었다. 그래도 동갑내기라 편하게 찍었다. 나와 키차이가 20cm 정도 나더라. 최대한 풋풋한 대학생 커플의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 영광 씨가 화면에 예쁘게 나오기 위해 이런저런 제안을 많이 해준 덕분에 화면에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 촬영을 마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영광이다!'라는 글을 덧붙였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하하. 함께 촬영해 정말 영광이었다."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교내 활동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2년 동안 학급 반장, 1년 간은 전교 회장을 했다. 공부는 중간 정도였는데 친구들이 뽑아준 덕분에 임원으로 지냈다. 모범을 보여야하는 역할이라 선도부를 동원해 지각하는 학생들과 담배를 피는 학생들을 잡으러 다녔다. 장난스런 말에도 진지하게 반응해서 친구들이 '느끼하다' '마가린 같은 애'라고 부르기도 했다.(웃음)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수다 떠는 맛에 학교를 다녔고 대학생 때는 나를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
-2014년 계획.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상을 받았으니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 되도록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찍고 싶다. 그 외엔 광고나 화보 촬영도 탐난다. 화장품·아웃도어·이온음료 등 건강한 내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분야의 광고를 찍고 싶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는 화보도 많이 찍어보고 싶다."
-도전하고 싶은 역할.
"사극에서 밝은 캐릭터나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 영화 '브릿짓존슨의 일기'의 르네 젤 위거 같이 명랑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도 욕심난다. 영화 '블랙스완'의 나탈리 포트먼이 연기했던 역할도 탐나고…. 의욕이 충만하다.(웃음)"
-배우로서의 계획은.
"20~30대에는 밝고 명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30~40대엔 성숙미 넘치는 여배우로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 40~50대에는 '국민' 타이틀이 앞에 붙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나이대별로 꿈을 구체적으로 잡은 만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