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장면은 20일(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한국과 시리아의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U-22 챔피언십 8강전에서 나왔다. 이날 경기는 한국이 전반 11분 만에 백성동(일본 주빌로)과 황의조(성남)의 두 골이 터지면서 앞서나갔다. 하지만 종료 직전 시리아의 비매너 골로 경기가 요동쳤다.
후반 추가시간, 황도연(제주)이 부상으로 쓰러지자 한국은 터치라인 밖으로 공을 내보냈다. 다시 경기가 재개되자 시리아 선수가 한국 수비진을 향해 땅볼로 공을 내줬다. 하지만 갑자기 공격 진영에 있던 시리아의 마르드키안이 공을 가로채 득점했다.
축구에서는 부상 치료를 위해 일부러 공을 내보낼 경우 상대편에게 공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 페어 플레이다. 그런데 시리아 선수들은 골을 넣자 환호했고, 공을 중앙선에 갖다놓으며 한국 선수들이 경기를 빨리 재개하기를 바랐다.
중동 축구의 후안무치(厚顔無恥)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월드컵 예선 때마다 만나는 중동 국가들은 자신의 홈에서 비기거나 앞서면 경기장에 드러눕기 일쑤다. 이른바 '침대 축구'는 중동 클럽 무대에서도 흔히 나온다. 카타르 프로축구 알 사드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이정수는 "맨 처음 카타르에 갔을 때 우리가 1-0으로 이기자 골키퍼가 아무 상황도 아닌데 눕더라. 난 처음에 모르고 그를 일으켜 줬더니 나에게 화를 냈다"고 말했다.
2011년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도 시리아의 골과 흡사한 상황이 나왔다. 당시 수원 삼성과 맞붙은 알 사드는 1-0으로 앞선 후반 막판, 시리아가 했던 것과 똑같이 추가골을 넣었다. 알 사드는 염기훈이 팀 동료 최성환의 부상 치료를 위해 걷어낸 공을 돌려주지 않고 골을 넣었다. 수원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이 와중에 수원 홈 팬 한 명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알 사드 골키퍼와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집단 난투극이라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자칫 흥분할 수 있던 상황에서 젊은 태극전사들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후반에 추가시간이 6분이나 주어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두터운 수비벽을 구축해 시리아의 공격을 봉쇄했다.
시리아를 2-1로 물리친 한국은 23일 오후 10시에 시작하는 이라크-일본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이광종 U-22 대표팀 감독은 "한국은 아시아 상위 레벨에 있기 때문에 어느 팀이 올라와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