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만(41·넥센)은 19번째 시즌을 앞뒀다. 이제 그에게는 '현역 최고령 타자'라는 타이틀도 하나 더 붙어 있다.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프로의 세계다. '반짝'하고 사라져간 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송지만은 꾸준한 자기관리로 19번째 시즌을 열게 됐다. 베이스볼긱은 송지만을 만나 19년 ‘롱런의 비결’을 들어봤다. 베이스볼긱은 일간스포츠가 만든 최초의 모바일 야구신문이다.
- '현역 최고령', 말처럼 쉽지 않다. 몸 관리를 할 때 특별히 신경쓰는 게 있나.
"비시즌일 경우 나만의 스케줄을 만들고,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12월에는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도 많다. 하지만 만날 때 만나더라도 내 스케줄을 지키면서 만나야 된다. 방학 때 생활계획표를 짜듯이 나만의 계획표를 짜고, 거기에 맞춰서 계속 훈련을 한다. 시즌 때는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이 기본 스케줄을 짜서 준다. 거기에 따라 보강운동 등을 한다. 시즌 때도 나만의 스케줄이 있어야 한다.
이 코치는 우리 팀 선수에게 비시즌에도 스케줄을 짜준다. 하지만 내 몸 상태는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훈련을 더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줄일 것인지를 조절할 수 있다. 너무 오버하면 안 된다. 시즌때는 야구가 주가 되고 웨이트트레이닝이나 보강운동을 줄인다. 비시즌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이 주가 된다. 제일 중요한 건 내 몸을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 예전과 비교해 몸상태는. 살도 많이 뺀 것 같다.
"많이 뺐다. 살을 뺀 건 출전기회가 줄어들면서 부터였다. 예전처럼 몸무게를 늘려서 유지한다는 게 큰 의미가 없었다. 야구선수가 풀타임을 뛰기위해서는 지방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긴 페넌트레이스를 잘 끌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나는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야구선수는 경기에 계속 나가면서 몸 상태가 좋아지거나 순발력, 볼·상황 등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아진다. 출전 횟수가 줄어들면 그걸 다시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는 그때 보여줘야 한다.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때부터 살을 빼기 시작했다. 이제는 둔한 몸으로는…. 나이가 들면 순발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기존에 있는 파워는 운동을 하면서 가져갈 수 있지만 순발력은 떨어진다. 더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면 살을 빼야 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시즌 때의 몸무게를 비시즌에도 얼마나 가져가느냐도 관건이다. 빼는 것보다 찌는 게 더 쉽다. 찌는 건 금방이다. 얼마만큼 몸 관리를 하느냐가 시즌을 좌우한다.
요즘은 우리팀 선수들도 그렇고, 파워를 기르기 위해서 체중을 늘리는 경향도 있더라.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파워를 늘리려고 하면 체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많은 무게를 들어야지만 힘이 생기니까. 다만 스스로가 잘 파악을 해야 한다. 장점도 있지만 분명 단점도 있다. 갑자기 체중을 늘리면 부상 염려도 있다. 얼마나 자기 몸을 잘 파악하고 준비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나같은 경우는 시즌 때 몸무게나 비시즌때 몸무게가 비슷하다. 거기서 플러스 마이너스 1,2㎏정도 차이다."
- 몸무게가 가장 나갔을 때와 지금의 차이는.
"90㎏는 안 넘겼다. 내 키에 90㎏을 넘기면 파워는 좋아져도 몸이 무겁고 힘들더라. 한창 전성기에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고, 이십대 후반에는 88㎏정도였다. 시즌을 치르면 84㎏까지 빠졌고. 이전에 73㎏까지 빼 봤는데 너무 힘들더라. 몸은 가볍고 좋은데 타구가 안 나가더라. '환자같다'는 말도 정말 많이 들었다. 스피드는 있는데, 볼에 체중이 안 실리니까. 지금은 78㎏정도 된다. 비시즌에는 73㎏까지 빠지고. 80㎏은 안 넘기려고 한다."
- 몸 관리를 계속해야 하는 직업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은퇴하면 운동할 시간이 지금처럼은 없지 않겠나. 유지하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운동은 나이먹어서도 계속 해야 할 것 같다. 계속 하던 일을 멈추면 안 좋을 것 같다. 요즘엔 코칭스탭에서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한다. 선수들에게 피해를 안 주는 선에서.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선수 생활하는 때 만큼은 체중과 나만의 스케줄이 있으니 해왔던 대로 계속 하려고 한다.
- 개인 스케줄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웨이트트레이닝이다. 일주일에 4~5번 정도. 이틀 정도 쉬고, 길면 3일 정도 쉬는 정도다. 시즌 중에는 2~3번 정도인데, 시간도 줄인다. 지금은 웜업, 웨이트, 러ㅇ닝까지 2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 시즌때는 한 시간으로 줄이고."
- '운동 중독'이라는 말이 나온 적도 있다.
"운동을 안 하면 개운치 않다."
- 그게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던 비결은 아닌가.
"그런 것 같다. 젊었을 때부터 운동에 대한 욕심이 진짜 많았다. 나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욕심도 많았고. 그래서 폼도 많이 바꾸고, 지금도 조금씩 폼도 변화주는 걸 보면. 내 몸도 많이 알아가려고 하는게 다 운동에 대한 욕심 때문인 것 같다. 김성근 감독님이 SK 시절부터 훈련을 정말 많이 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같이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내가 그런 얘길 하면 주변에선 다들 '형님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얼마나 많이 시키나'도 궁금하고, 운동을 시키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걸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올해로 프로 19년차다.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에 대한 욕심이 있으니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것 같다. 베테랑 선배들을 봐왔지만 결국 자기 몸이 안 되니까 은퇴를 하시더라. 부품도 많이 쓰면 고장이 나듯이, 야구선수도 계속 몸을 쓰지 않나. 단련을 시키는 것도 몸을 쓰는 것이다. 결국 나이가 들면 고장이 나더라. 고장이 나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내 나이대 선수들이 많이 있지 않나.
우리 리그에 마흔 넘은 타자랬자 나와 LG 이병규(40) 정도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도 (프로야구가) 50년 이상 넘어가 베테랑들의 쓰임새를 알 때가 되면, 그리고 몸 관리를 철저하게 잘 하다보면, 한 팀에 40대의 타자들이 두 세 명은 나오지 않겠나. 지금 전체적으로 선수들 연봉도 커졌고, 프리에이전트(FA) 몸값이 100억이 넘는 시대가 온다. 선수들도 '내가 몸 관리를 잘 하면 부와 명예를, 추신수(텍사스)·이대호(소프트뱅크)처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나.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몸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할테고. 요즘은 선수들이 자비를 들여서 각자 해외로 전지훈련을 나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경우가 없었다. 자비로 나가는 선수들은 몇 없고, 구단에서 재활선수들을 내보냈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들이 몸값을 해야 된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고, FA 앞둔 선수들은 더 보여줘야 하니까. 그런 걸 보면 우리 야구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그러다보면 우리나라도 40대가 넘는 타자들이 더 많이 나오겠지."
- 40대 타자가 많아지길 바라나.
"원한다기 보다는, 많이 나올 것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나 역시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저 나이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이제는 어린 선수들도 '송지만 선배처럼 저 나이까지 몸 관리 잘해서 현역으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 지금도 좋은 롤모델 같은데.
"지금 강동우 선수도 은퇴를 했다. 아직 괜찮은데…베테랑이 풀타임은 아니더라도 정말 좋은 백업이 될 수 있다. 우리 염경엽 감독님은 '베테랑에 대한 지론'이 있으신 분이다. 우리나라도 10구단에 들어가면 베테랑들이 설 자리가 있어야 하고, 충분하게 백업으로 쓰임을 받을 때가 와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래도 옛날 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어떻게 40대까지 야구를 하나.(웃음) 예전에는 서른 살만 넘어가도 노장이었다. 그만큼 우리 프로야구가 변화했고,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본다."
- 그만큼 경쟁력이 되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경쟁력은 곧 몸 관리다. 특히 베테랑들은. 몸 관리가 안되면 하고 싶어도 야구를 할 수가 없다. 몸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겠나.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몸이 안 되면 못하는 거지. 베테랑일수록 더욱 아프면 안 된다. 젊은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몸 관리를 게을리 하면 천천히 나빠지는 게 아니다. 나이 먹어 한 순간에 훅 간다. 젊었을 때는 힘이 있으니 잘 모른다. 보강 운동도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아직 힘이 있으니까, 그냥 뭐, 비시즌에 웨이트트레이닝 해야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 그럴 시간에 밖에 나가서 친구들 만나고. 지금 이때 아니면 내가 언제 놀 수 있겠나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 훅 가는 거다. 알아챘을 때는 이미 몸에 대미지가 축적돼 회복이 안 된다.
이 나이까지 야구하고 싶으면 뭔가를 버려야지. 우리 인생이. 한 가지를 버려야 한 가지를 얻는 거다. 버리고 인내해야지. 인내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놀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해야 하고. 총각 선수들보다는 결혼한 선수들이 몸 관리를 하는 게 조금 더 낫다. 그런 말 많이 하지 않나. 결혼해야 선수 생활 오래 한다고. 결혼해야 집에서 아내가 해주는 따뜻한 밥도 먹고. 관리도 좀 받고.(웃음)"
- 아내가 식단 관리도 해주나.
"식단 관리는 내가 한다. 식단 조절을 하겠다고 하면 아내가 거기에 맞춰 준다."
- 한 분야의 베테랑이 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럼. 쉽지 않지. 내가 얼마나 절제하고 사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 깜짝 놀랄 거다. 내가 하는 걸 보면. 쉽지 않다. 진짜로. 음식 조절부터 해서 쉽지 않다."
- 술은 좀 마시나.
"맥주는 한 병, 소주는 반 병 정도. 먹고 싶을 때만. 나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한 번 정도는 마신다. 술을 따로 먹는 건 아니고 반주로 먹지. 술 자리를 따로 만들거나 하진 않는다. 지인들과 술자리도 갖는데 그땐 안 먹는다. 내 지인들은 사람들은 내가 술을 별로 안 먹는 걸 아니까 그런 자리는 나간다. 술을 먹어야 하는 자리는 안 나간다."
- 술은 원래 안 좋아했나.
"다행스럽게도 원래 술을 안 좋아했다. 젊었을 땐 '이런 걸 왜 먹지'하는 생각도 했는데 나이 먹으니까 술맛은 조금은 알겠더라.(웃음) 그래도 아직 잘은 못 마신다."
- 자기관리를 오랜시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는 않다. 항상 목표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아내도 가끔씩 그런 얘길 하는데 참을성이나 목표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상황상황에서 참을 수 있었고, 버틸 수 있었다. 내 몸도 잘 알아야 하고, 목표의식도 있어야 하고."
- 2014시즌이 기다려지나.
"항상 기다려진다. 새로운 시즌은 항상 기대된다. 사실 젊었을 때는 힘드니까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나이 먹으니까 새로운 시즌이 기다려진다. 그런데 겁도 난다. 시즌이 시작된다는 건 또 한 살을 먹었다는 거니까. 나이를 먹는다는 게 겁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