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두산 베어스의 최고 신데렐라는 이 선수가 아닐까.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강한 어깨로 김민성, 유재신, 이택근 등 넥센 주자의 발목을 잡았고,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다. 팀의 위기때마다 수비와 공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두산 최재훈의 이야기다.
“형들이 자꾸 '영웅', '영웅'이라고 불러요. 그러지 말라고 해도... 특히 (김)현수형이 플레이오프때부터 저만 보면 무릎 꿇고 “우리 영웅”이라고 해요. 너무 창피해서 하지 말라며 장난으로 멱살도 잡고 그랬어요.(웃음)” 멱살 잡힌 김현수 선수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채근했다. “현수형 반응이요? 영웅이 잡아줘서 기분 좋다며 계속 잡아달라고 매달려요(웃음).”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한 별명 이야기이지만 ‘영웅 에피소드’는 최재훈 선수의 2013년 포스트시즌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순주 베이스볼긱 콘텐트 프로바이더가 두산 최재훈을 만났다. 베이스볼긱은 일간스포츠가 만든 모바일 야구신문이다.
- 기회가 올 거라고 예상했나.
“한번은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 그래서 부담스러웠나.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기도 했지만 많이 부담이 됐던 것도 같아요. 내년엔 더 잘하고 싶어요.”
- 2013년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는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정말 힘들었어요. 프로에 가려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프로에 지명도 안 되고... 그때 진지하게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 왜 지명이 안 됐다고 생각하나.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제가 키가 작잖아요. 다들 제가 체격조건이 불리하다고 말했어요.”
- 키가 콤플렉스인가.
“지금은 아니에요. 저는 남들보다 어깨가 강하니까 그런 강점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릴 땐(고등학생 때) 아무래도 상심이 컸죠.”
- 프로에 지명 받지 못했는데, 대학에 갈 생각은 안 했나.
“단국대에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저 몰래 두산이랑 계약한거에요(웃음을 지었지만, 당시 상황과 심정이 생각났는지 최재훈 선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는 진짜 몰랐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부모님이 갑자기 저를 불러놓고 '두산에 가라'로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거짓말 말라며 나는 대학 갈 거라고 고집을 피웠어요.”
- 부모님은 왜 그런 결정을 하신 거 같나.
“대학 가면 친구들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제가 야구를 소홀할까봐 그게 걱정 되신 모양이에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대학 갔으면 군대도 늦게 갔을 테고... (웃음) 지금처럼 프로에서 빨리 뛰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잘 한 결정인 거 같아요.”
- 부모님이 많이 자랑스러워하시겠다.
“네, 많이 좋아하세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제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경기장도 안 오세요. 제가 못하면 관중석에서 욕도 하고 그렇잖아요. 그런 거 들으면 속상하다고 안 오시기도 하고...”
- 포스트시즌 끝나고 받은 상여금으로 부모님께 용돈은 드렸나.
“부모님께 똑같은 금액을 넣어서 드렸는데 반응이 너무 다르시더라고요.(웃음)”
- 어떻게 달랐나.
“아빠는 '우리 아들이 벌어 온 돈 못 쓰겠다'며 고생 많았다고 그러셨고요. 엄마는 '무슨 소리 하냐, 아들이 쓰라고 준 건 써야지~' 하시면서... (손가락으로 돈 세는 포즈를 하며)돈을 막 세셨어요. 그러시면서 '요거밖에 안 넣었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 어머님이 일부러 그러신 거 같다.
“네, 전 그래서 더 좋아요. 아빠가 진지하게 반응하셨는데 엄마도 그러셨으면 제가 진짜 불편했을 거에요... 부모님께 뭔가를 해 드릴 수 있어서 참 좋아요(웃음).”
- 집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겠다.
“저희 원래 풀만 먹었거든요. 가난하고 돈도 없고 했으니까... 근데 성적도 좋아지고 제가 돈도 많이 벌어 오고 하니까... 요즘엔 고기반찬에 상다리가 부러져요(웃음)”
부모님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할 때면 부모님 흉내도 내가며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막내 같았다.
- 막내일 거 같은데, 형제는 있나.
“누나 있어요.”
-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로 일하러 나가시면 다섯 살 터울의 누나가 최재훈을 돌봤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 같은 존재였어요. 그런데 저 때문에 포기한 게 많아서 항상 미안해요. 부모님이 저 때문에 누나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써주셨거든요.”
- 누나가 굉장히 착했나보다.
“저 돌보느라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래서 제가... 누나한테 많이 맞았어요.(웃음)”
(최재훈 선수의 누나는 지금 중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자주 보지 못해 가끔씩 용돈을 보내며 동생노릇을 하고 있단다.)
“제가 누나 많이 좋아하는 거 (누나가)알 수 있도록 저희 누나 이야기 꼭 좀 써주세요.(웃음)”
- 여자를 만날 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스타일인가.
“적극적인 편입니다. 좋으면 무조건 다가가요.”
- 첫 눈에 반하는 스타일인가.
"운명도 믿고 첫 눈에 반하는 것도 믿지만 곁에서 지켜보면서 살피는 스타일이에요. 대신 좋아한다는 감정이 확실해지면 적극적으로 표현해요.”
- 대시를 했다가 거절도 당해봤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하나.
“거절이요? 제가 거절을 당해요? 거절은 한 번도 안 당해봤어요.(웃음)”
- 거절을 한 번도 안 당해 봤다면 나만의 비법이 있을 거 같다.
“말을 멋있게, 빠져들게 해요.”
- 예를 들면.
“좋아하는 사람이 키가 몇 이고 A형이고 성격이 애교가 많고 이렇다고 치면... 그 사람 앞에서 내 이상형은 키가 얼마에 A형에 애교 많은 여자라고 말해요.”
- 그러면 여자의 반응은 어떤가.
“어머, 나네(웃음).”
- 그러면 이상형이 맨날 바뀌겠다.
“(땀 닦는 시늉을 하며)아니예요. 절대 아니예요.”
- 만날 때마다 이상형이 바뀌는데 진짜 이상형은 뭔가.
“귀엽고 애교 많은 여자요. 마른 거보다는 아담하고 통통한 사람 좋아해요.”
- 연상보다 연하를 좋아하겠다.
“꼭 연상 연하를 가리진 않아요. 그냥 애교 많으면 나이는 상관없어요.”
- 연예인 중에서 이상형을 꼽는다면.
“그때 딱 한 번 느꼈어요. 정말 예쁘더라고요. 시구하러 오셨는데 제가 공을 받았어요.”
- 누군가.
“이다해씨.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시구하러 오셨을 때 보니까 정말 예쁘시더라고요.”
- 인사는 했나?
(쑥스럽게)"'저 팬입니다'라고 딱 한 마디."
-야구를 심리 싸움, 수 싸움이라고 하는데, 연애에도 먹힐 거 같다. 특히 최재훈 선수는 포수다.
“리드해야죠(웃음).”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지금도 만나고 있나.
“아뇨.”
- 그럼 왜 연애 안하나.
“2013년에는 진짜 야구만 했어요. 그래서 잘 된 거 같아요...”
- 그럼 당분간 여자친구 없이 지내야겠다.
“(웃음)요즘 옆구리가 너무 시려요. 곧 생겼으면 좋겠어요. 저도 좀 따뜻해지고 싶거든요.”
- 두 번의 연애를 하면서 뭘 느꼈나.
“신중해야겠다. 신중하게 만남을 가져야겠다고 느꼈어요.”
- 일찍 결혼한 선수들 보면 빨리 결혼하고 싶지 않나.
“원래 스물일곱에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돈이 없으니까(웃음) 서른으로 바꿨어요.”
- 같이 벌면 되지 않나. 일하는 여자 어떻게 생각하나.
“일하는 여자 좋죠. 일하건 안 하건 상관없어요.”
- 첫 눈에 반하는 걸 믿고, 운명을 믿는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런 적도 있나.
“있었는데, 그때 제가 너무 어렸어요. 그때는 소심해서 말도 못 걸고 표현도 못하고 괜히 심술부렸던 거 같아요.”
- 그때가 몇 살 때인가.
“스무 살 때요”
-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안 그래요.”
- 혹시 '나쁜 남자' 스타일인가.
“나쁜 남자 아니에요. 그럴 능력도 안 되고."
- 그럼 '나쁜 여자'는 어떤가.
“나쁜 여자 별로에요. 착한 여자가 좋아요.”
- 최재훈 선수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밖에 다니면 다 알아볼 텐데.
“못 알아봐요.(웃음)”
- 공개 연애할 생각인가.
“전 할 수 있어요. 그게 좋아요. 몰래 만나고 이러는 거보다는 당당하게 만나고 싶어요.”
- 다른 남자들보다 이것만큼은 잘 해 줄 수 있다. 뭐가 있나.
“저는 뭐든지 다 줄 거 에요.”
- 남자가 봐도 ‘이 선수 정말 멋진 남자다. 내가 여자라면 반할 거 같다.’라고 느끼는 선수 한 명만 꼽으면.
“음... (민)병헌이형이요.정말 착하고 자상해요. 제가 여자라면 병헌이형한테 벌써 대시했을 거에요.”
- 솔직히 본인이 잘 생겼다고 생각할 거 같다.
“아니요. 그런 생각 안 해요.”
- 좋다. 그럼 질문을 바꾸겠다. 잘생겼다는 소리를 자주 듣나.
“네(웃음). 귀엽다고들 많이 하세요.”
- 외모와 관련해서도 별명이 있는 걸로 안다.
“전 잘 몰랐는데, 팬들이 불러주더라고요. 준수 닮았대요. 저는 준수가 누군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찾아봤어요. 꼬맹이더라고요. 준수가 귀엽게 생겨서 전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그런데 얘(준수)한테 미안한 감정도 있어요(웃음).”
- 두산은 유독 여성 팬들이 많은데, 인기에 따라 선수들 사이에서 질투심도 느낄 거 같다.
“그런 거 없어요.”
- 그럼 누가 인기가 제일 많나.
“(정)수빈이요. 락커룸 들어올 때마다 (팬들이 준 선물을)들고 들어오니까. 수빈이는 신나서 항상 어깨가 올라가있어요(웃음).”
정순주 아나운서와 두산 최재훈의 흥미롭고, 달달한 나머지 인터뷰 내용은 일간스포츠가 만든 모바일야구신문 베이스볼긱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