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에 꿀맛같은 휴식이 주어졌다. 하지만 쉬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표팀의 얼굴 홍 감독도, 골을 넣은 김신욱(26·울산)도 아니었다.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코치진과 선수들이었다.
홍 감독은 27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머무는 대표팀 전체에 휴식를 허가했다. '원 팀, 원 스피리트, 원 골'을 내세워 선수들 공동생활을 강조하는 홍 감독이지만 쉬는 시간만큼은 화끈하게 풀어준다. 홍 감독은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하루종일 자유 일정을 즐기라고 했다.
대표팀은 지난 13일 브라질로 떠나 미국 LA에서 코스타리카전을 치르기까지 14일동안 쉴 틈이 없었다. 최고기온 36도에 육박하는 브라질의 더위 속에 고강도 체력훈련을 했고, LA로 오자마자 홍 감독의 호통아래 전술 훈련을 했다. 강행군 속에 하대성(29·베이징)은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고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박종우(25·부산), 고요한(26·서울) 등이 몸이 좋지 않아 교체됐다.
그러나 홍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진은 쉬지 않았다. 남은 전훈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인 리츠칼튼 마리나 델 레이 호텔에서 체력 단련을 했다. 김태영(42)·박건하(43)·김봉수(42) 코치 등은 대표팀 지원을 맡은 매니저, 의무 등과 3-3으로 편을 갈라 야외에 마련된 코트에서 농구와 테니스 대결을 벌였다. 박 코치는 오전 내내 햇볕 아래에서 뛴 덕에 땀을 뻘뻘 흘렸지만 얼굴은 환했다. 그는 "브라질부터 미국까지 강행군이 쉽지는 않았다. 이런 날 누워서 자거나 한가롭게 보내면 좋겠지만, 오히려 더 몸이 풀어질 수 있다. 아직 전훈이 더 남았고 두 차례 평가전도 치러야 하는 만큼 코치진들이 체력을 단련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전훈 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도 쉬는 날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다. 박 코치는 "(이)명주나 (김)태환, (이)승기 등이 오전에 코트에 나와 열심히 개인 훈련을 하더라. 쉬는 날에도 스스로 훈련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특히 이승기(26·전북)는 일어나자마자 숙소 뒤쪽에 펼쳐진 바다를 끼고 조깅하고, 헬스장에 와서 자전거 타기를 한 후 곧바로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그는 "코스타리카전에서 많이 뛴 선수들은 오전에 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이번 전훈에서 몸이 좋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 다음 경기에 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승기는 코스타리카전에서 후반 40분 김신욱과 교체돼 5분여를 출전하는 데 그쳤다.
숙소에 남아 훈련하는 이들을 위해 신동일(31) 대표팀 부조리장도 쉬지 못했다. 약 50인분을 혼자 담당하고 있는 신 부조리장은 이번 전훈 내내 새벽 6시반부터 밤 10시까지 식당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신 부조리장은 숙소를 지키고 선수들이 좋아할 한식을 준비했다. 그래도 그는 항상 "선수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다"고 웃었다.
대표팀은 28일부터 다시 훈련에 돌입해 30일 멕시코전, 2월 2일 미국전을 끝으로 전훈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