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KBS 해설위원’ 이영표의 멕시코전 “윙백을 막아라”
코스타리카전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진짜 스파링 상대는 30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알라모돔에서 상대하는 멕시코(FIFA 랭킹 21위)다. 멕시코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파 전부를 부르지 못하고 멕시코 프로축구에서 뛰는 선수들 위주로 선발했다. 그러나 멕시코 전술 핵심 선수는 모두 나온다. 사실상 2014 브라질 월드컵 90% 전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은퇴 후 KBS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이영표(37)는 이 경기로 해설 데뷔전을 치른다. 구토하고 몸살을 앓으면서까지 자료 조사를 하면서 완벽하게 준비했다. 이영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미리 날아가서 코스타리카전 연습 해설로 리허설도 마쳤다. 27일 LA 현지에서 만난 이영표가 일간스포츠에 미리 보는 멕시코전 이야기를 전했다.
중립국 경기? 명백한 원정 경기
겉으로 보면 미국에서 열리는 멕시코전은 중립 경기다. 그러나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멕시코'라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원정 경기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의 관중석이 빨간색으로 물들었던 것 만큼이나 이번 경기에서는 멕시코의 일방적인 응원이 경기장을 뒤덮을 것이다. 텍사스주는 멕시코 국경과 인접한 지역이다. 특히 샌안토니오는 텍사스 주의 남부로 멕시코와 정말 가까이에 있는 도시다. 멕시코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엄청 많다. 이들이 축구장에 다 온다고 보면 된다.
멕시코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나라다. 이미 열흘 전에 멕시코인들에게 티켓이 3만장 팔렸다고 들었다. 약 5만5000여 명의 멕시코인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할 것으로 추정된다. 선수들은 어마어마한 멕시코 관중, 즉 열 두 번째 멕시코 선수들에 대한 압박을 이겨내야 한다. 선수들의 강심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멕시코 전술 핵 '윙백' 막아라
멕시코는 주로 3-5-2 전술을 쓰는데 핵심은 '윙백'이다. 현역 시절 윙백 포지션을 맡았던 내가 보건데, 멕시코 윙백의 위력은 단연코 최강이다. 파울르 아길라르(28)와 미구엘 라윤(26·이상 클럽 아메리카) 양측 윙백이 터치라인 끝에서부터 끝까지 폭발적인 움직임을 자랑한다. 그 둘에서부터 시작되는 양측면의 공격력이 상당히 위력적이다. 아길라르는 뉴질랜드와의 월드컵 티켓이 걸린 플레이오프에서 골도 넣었다. 이 둘을 초반부터 못 막으면 경기를 뒤집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윙백을 잘 활용하는 미구엘 에레라(46) 대표팀 감독도 인상적이다. 에레라 감독은 멕시코가 북중미 최종예선에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못 따고 뉴질랜드와의 플레이오프전으로 떨어지자 지난해 10월 긴급히 투입된 소방수다. 당시에는 임시 감독이었지만 단기간동안 대표팀을 확 바꿔놓으면서 본선행을 이끌어 정식 감독이 됐고 '국민 감독' 반열에 올랐다.
국내파, 생존경쟁력을 보여라
코스타리카는 2진급 이하의 전력이었다. 그 경기에서 한국이 한 골 밖에 터뜨리지 못한 게 아쉽다. 국내파 선수들은 이번 멕시코전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브라질 월드컵 가기 전 마지막 시험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홍명보(45) 감독이 원하는 전술을 제대로 숙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도 한껏 보여줘야 브라질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멕시코전 베스트11은 나도 예측할 수 없다. 평가전인 만큼 코스타리카전과 전혀 다른 베스트11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말 눈에 띄는 국내파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싶다면 멕시코전에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선수의 능력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리=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