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유재신(27)은 올 시즌부터 '등번호 33번'을 달고 뛴다. 그는 "아버지가 현역 시절 다셨던 번호다. (아버지와 같은 포지션인) 외야수를 준비하면서 번호를 바꾸기로 했다. 워낙 특별한 말씀을 안 하시지만, 바뀐 번호를 보고 아버지도 좋아하시더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의 아버지는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MVP에 올랐던 유두열(58) 청주고 코치다. '아버지의 번호'를 달고 뛰게될 2014시즌을 위해 더 큰 책임감으로 준비하고 있다. 아버지는 말 없이 대견한 아들을 응원하고 있다.
내야수 유재신은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외야 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치르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도 내야보다 외야 수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염경엽(46) 넥센 감독은 "발 빠른 유재신이 외야수로 뛰면 활용폭이 더 커질 것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재신은 정식으로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2학년 이후 외야 수비는 처음이다.
그는 "땅볼만 잡다가 플라이볼을 처리하려니 어렵다. 뛰는 거리도 생각보다 많다. 다시 야구를 처음하는 신인 선수가 됐다"면서도 "팀에서 나에게 어떻게든 기회를 주려고 외야수도 권하신 것이다. 더 열심히 배워야 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넥센은 선수층이 얇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꾸준히 성장하며 이제는 내·외야 모두 경쟁이 만만치 않게 됐다. 내야는 박병호와 서건창·강정호·김민성이 버티고 있고, 외야는 중견수 이택근을 비롯해 외국인 타자 로티노·문우람·유한준 등이 경쟁한다. 유재신은 "살아남으려면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며 굳은 각오를 전했다.
지난해 그는 '주루 스페셜리스트'로 뛰었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 주로 대주자로 나서다보니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전문 대주자로 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타이트한 상황에 나가니 조급해져서 더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여유가 있어도 될까말까 인데 더 경직되더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살도 자꾸 빠졌다"며 "긴장을 덜하면 올해는 작년보다 낫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발이 빠른 장민석(개명전 장기영)이 두산으로 트레이드 되고, 정수성이 은퇴하며 그의 역할은 더 중요하게 됐다. 그는 "빠른 사람이 (서)건창이 밖에 없지 않나. 내가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했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2006년 프로 입단 후 가장 많은 75경기에 나서며 타율 0.200 2타점 22득점 7도루를 기록했다. 하지만 타석수는 가장 적은 23타석에 그쳤다. "많은 타석에 서지 못한 게 아쉽다"는 유재신은 "올해는 공격력이 더 좋아야 할 것 겉다. 원래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방망이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엑스트라 타격 훈련도 많이 하고, 주루 엑스트라와 수비 엑스트라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이 시간이 자신의 목표로 가는 첫 걸음임을 안다. 그는 "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선발 아닌가. 벤치에서만 보고 있으면 재미가 없다. 경기를 뛰고, 느껴야 실력도 늘지 않나"라며 "(훈련을 많이 해)입술이 다 부르텄다"면서도 기분 좋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