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와 일본 J1리그 사간도스의 연습경기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의 요미탄 육상경기장. 킥오프 전 만난 일본 FBS 방송국의 도모키 다나카 축구 기자는 "윤정환(40) 감독이 이끄는 사간도스는 그렇게 센 팀은 아닌데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사가현의 모습과 닮았다"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일본 사가현(규슈) 동쪽 끄트머리의 인구 7만명 도시 도스. 1시간 거리 후쿠오카시에 가려진 소도시지만, 이제는 일본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윤 감독이 이끄는 사간도스 때문이다. 윤 감독은 2011년 만년 2부리그팀 사간도스 지휘봉을 잡고 구단 역사상 첫 J1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연봉총액 51억원으로 이뤄낸 기적이었다. 2012년 강등 0순위 예상을 깨고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2013년 1부리그 잔류와 일왕배 4강에 진출하며 화제를 모았다. 규슈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사간도스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는 윤정환 감독과 이대호(소프트뱅크)를 앞세운 공동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꾀돌이'가 '괴물'이 됐다. 사간도스의 일본 선수들은 윤 감독을 일본 전국시대의 혁명가 오다 노부나가의 별명인 '오니(鬼·괴물)'라 부른다. 윤 감독은 변함없이 동안의 귀여운 얼굴이었지만, 사간도스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릴 때는 강한 카리스마를 풍겼다. 윤 감독이 키워 일본 국가대표에 뽑힌 도요타 요헤이는 "윤정환 감독님이 망나니 같던 나를 바꿔놓았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다나카 기자는 "윤 감독은 현역 시절 '꾀돌이'라 불리며 기술 축구를 펼쳤다. 지도자 변신 후 팀 상황에 맞춰 어떻게든 이기는 축구를 펼친다"며 "레벨 높은 선수가 없는데도 풍부한 운동량과 강한 수비를 구사한다. 외국인 선수 쿼터 4명 모두 한국인(김민우·최성근·여성혜·김민혁)으로 채웠는데, 윤 감독도 한국 선수들도 모두 열심히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의 사간도스 경기를 실제로 보니 단단하고 견고했다. 사간도스와 제주는 이날 3쿼터 각 45분씩 형태로 연습경기를 치러 2-2로 비겼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몸값 높은 선수들이 없는데도 1부리그에 계속 생존하는 이유를 알겠다. 기술에 투지와 근성, 조직력이 더해진 축구를 펼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만난 윤정환 감독은 "일본 팬들은 우리팀이 기술적으로 떨어지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모습을 좋아한다. 도스는 전라남도의 작은 시골 같은 곳이지만 이제는 일본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현역 시절 별명이 '테크니션'일 만큼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겼지만, 사령탑 변신 후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한 축구를 구사했다. 윤 감독은 "현대축구에서는 공격을 하고 싶어도 볼이 없으면 못한다. 볼 소유를 위해 안정적인 수비가 우선이다. 볼을 뺏었을 때 공격에 적극 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바르셀로나 축구를 좋아하지만, 우리팀 선수들이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아니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끌어 내려고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사간도스 구단은 윤 감독을 믿고 클럽하우스와 전용연습경기장을 마련해주는 등 지지하고 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일본대표팀 출신 히로유키 다니구치, 최성근 등 6명을 영입했고, 연봉총액도 10억원 정도 올려줬다. 물론 일본 부자구단 우라와 레즈 재정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부족한 살림살이와 엷은 스쿼드에도 불구하고 윤 감독은 "2014년은 J1리그 잔류는 물론이고, 컵대회든 일왕배든 타이틀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생존이 아닌 더 높은 곳을 바라고 있었다.
윤 감독은 박지성(에인트호번)의 영웅이다. 박지성은 2010년 자신의 롤모델에 대해 "윤정환과 둥가(브라질)다. 우리나라 선수와 다른 스타일로 경기를 펼치는 윤정환 같은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지성이가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고맙다. 예전에 한국에 없던 스타일이라 그랬나 보다. 현역 시절 세레소 오사카에서 뛸 때 지성이와 만나 식사를 한 적이 많았다"고 미소를 보였다.
윤 감독은 선수라면 누구다 국가대표를 꿈꾸듯 지도자로 국가대표 사령탑을 꿈꾸고 있다. 박지성의 영웅은 누구나 인정할 성과를 낸다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