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베테랑 멀티 플레이어 홍순학(34)의 별명은 '형님'이다. '선수단 내 최고참'이라는 본연의 뜻 이외에 항상 음지에서 후배들을 다독이고 챙기는 모습에 대한 존경의 의미도 있다. 서정원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홍순학을 호출할 땐 이름 대신 '형님'이라 부른다.
올해 매탄고 졸업과 함께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막내 고민성(19)은 '스페인 할멈'이다. 매탄고 시절 꼼꼼하고 얌전한 성격 탓에 '할머니'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수원 입단 이후 간결하고 깔끔한 볼 처리를 상징하는 '스페인'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됐다. 비슷한 의미로 '리틀 김두현'과 '고드리치(고민성+모드리치의 합성어)'도 있다.
수원의 '형님'과 '스페인 할멈'을 7일 수원 삼성이 전지훈련 중인 터키의 휴양지 벨렉에서 만났다. 띠동갑을 훨씬 넘는 15년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스스럼 없이 어울렸다.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를 위해 조언하는 과정에도 격의가 없었다.
'형님' 홍순학은 후배 고민성에 대해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설계하되, 기회의 순간에는 무섭게 집중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어린 나이에 프로무대에 뛰어든 선수의 성공 여부는 결국 '시간 관리'에서 결정된다"고 언급한 그는 "19살 젊은이에게 어울리는 대학생으로서의 인생 경험을 포기하고 프로에 진출한 만큼 1년, 한 달, 일주일, 하루 등에 대해 명확한 비전과 계획 아래 생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K리그 클래식의 인건비 감축 태풍과 수원의 성적 부진이 겹친 지난 해에 대해 "선수단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고 회고한 그는 "팀 내 최고참으로서 어깨가 무거웠다. (김)두현이, (염)기훈이, (최)재수 등 고참급 선수들과 함께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자. 후배들이 스스로 실천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의지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동료 선수들과 힘을 모아 극복할 것"이라면서 "수원 선수단의 방문은 모두 열려 있다. 감독도, 선배도, 후배도 열린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새내기 고민성은 프로 무대 도전의 설렘과 두려움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직접 겪어보니 프로 선수들의 체력과 경기 템포가 고교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고 언급한 그는 "축구인생의 롤 모델로 삼은 (김)두현이 형과 함께 그라운드에 오른다는 게 꿈 같지만, 팀을 위해 나 자신을 더욱 성장시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프로에 와서 가장 놀란 건 몸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형들의 모습이었다. (홍)순학이 형의 생활을 유심히 살펴보며 프로의 길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여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에둘러 표현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올해도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지만, 최고참 홍순학에서부터 가장 어린 고민성까지 팀의 철학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간다는 사실만큼은 긍정적"이라면서 "수원 구단 관계자들이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 선보일 '블루타카 시즌2'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벨렉(터키)=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사진설명 - 터키의 세계적인 휴양지 벨렉에서 수원 삼성 선수단과 함께 전지훈련 중인 팀 내 최고참 홍순학(오른쪽)과 막내 고민성이 어깨동무를 하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