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기 양평군 원덕리 ‘외갓집딸기농장’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가 있는 농로 옆에 차를 주차하고 내리는 순간, 달콤한 딸기향이 코를 찔렀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엄동설한과는 딴 세상이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새빨간 딸기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고설(高設) 수경(水耕) 재배로 딸기가 사람 허리 높이에서 재배되기 때문이다.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딱 손에 잡히는 높이에 매달려 있으니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따서 드셔보세요.” 200평 비닐하우스 4동에 딸기 농사를 하는 민영실(57)씨가 인심 좋은 얼굴로 맞았다.
“올 겨울이 덜 추워서 작년에 비해 딸기가 덜 달아요. 그래도 농약을 전혀 안 쓴 거니 그냥 드셔도 돼요. 물로 씻을 필요도 없어요.”
늦겨울과 초봄의 길목에서 먹는 향긋한 딸기는 더 없이 달았다. 특이한 것은 딸기 하우스 안에 꿀벌이 수없이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친환경이라 약품으로 수정하지 않고, 이렇게 하우스마다 벌통 한 통씩을 갖다놔요. 꽃이 피기 시작하는 10월말부터 여름까지 벌이 있지요.”
요즘 이상기온으로 벌 보기가 쉽지 않은 마당에 딸기하우스 안에 벌이 있다는 것만으로 신기했다. 양평의 딸기는 보통 9월 중순에 모종을 심어 5월말까지 수확한다. 올해는 날이 따뜻해 2월 초에 딸기따기 체험이 이뤄지고 있다.
“물 맑은 양평에서 깨끗하게 키운 딸기입니다. 한나절 정도 딸기밭에서 딸기 따먹고, 500g은 가져갈 수 있어요. 지하철 원덕역에서 내리면 비날하우스까지 10분이면 걸어올 수 있어요.” 민씨의 딸기 자랑이다.
▶전국 딸기축제 중 으뜸
양평군의 딸기축제는 올해로 5회째를 맞고있다. 딸기로 유명한 충남 논산 등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인기 만발이다. 양평군 관광진흥과 이경기 팀장은 “축제 참여객은 대체로 수도권에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분들인데,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 좋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양평군 딸기축제는 체험형이라는 점이 큰 강점이다.
“양평군 15개 마을에서 체험 형태로 진행되는데, 연간 방문객이 70만명이 넘는다. 체험마을이 아닌 일반 농가까지 합치면 딸기밭을 찾는 인구가 150만명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단기간에 전국 최고의 딸기체험 장소로 떠오른 것이다.
“양평군이 친환경 농업 특구로 지정된 지가 올해로 9년째인데 사람들이 이제 그런 걸 알아주는 것 같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옹달샘 꽃누름마을, 질울고래실마을, 가루매마을, 모꼬지마을, 달밭마을, 뚱딴지마을, 보릿고개마을, 여울리체험마을, 쌍겨리마을, 소리산마을, 별내마을, 과수마을, 숲속의 명품마을, 유기농마을, 주읍리 산수유마을…. 먹음직스러운 딸기만큼 예쁜 이름을 갖춘 15개 체험 마을들은 마을마다 한 가지 이상의 특색을 갖고 있다. 가루매마을은 배꽃축제가 열리며며, 달밭마을은 숲속 체험과 함께 딸기 체험이 진행된다. 질울고래실마을은 시인체험을 할 수 있으며, 뚱딴지마을은 ‘돼지감자’와 순두부가 유명하고, 소리산마을은 고로쇠수액채취, 숲속의 명품마을은 캠핑장에 하룻밤을 보내며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도 열어
양평군은 또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어 각종 친환경 농작물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양평읍 전통시장안에 198㎡ 규모로 문을 연 로컬푸드 직매장은 양평군 농민이 직접 생산한 친환경농산물 200여 품목이 진열돼 있다. 양평 쌀을 비롯해 사과나 배 등의 과일, 쌈채, 잣, 표고버섯 등 먹음직스러운 농산물이 즐비하다. 특히 매장 입구 옆에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가의 인증서를 붙여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가격 또한 저렴해 서울에서 구입하는 유기농 농산물에 비해 절반 가량 저렴하다.
또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용금액의 일부를 포인트로 전환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양평군청 이종길 계장은 “유통 단계를 줄여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며 “한번 방문한 고객의 재방문율이 높고, 친환경 농산물을 사러 서울에서 일부러 양평까지 오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양평군은 앞으로 서울이나 수도권에 로컬푸드 매장을 확장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양평딸기축제는
15일부터 5월 31일까지 양평군내 15개 농촌체험마을에서 열린다. 딸기하우스에서 싱싱한 딸기를 따 먹고, 집에 갈 때 한 팩(500g)을 가져갈 수 있다. 마을별로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체험은 꼭 사전에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으며, 비용은 1인당 1만5000원~3만원이다. 문의 031-774-5427·5431(www.ypnad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