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주인공 맷 데이먼(제임스 본)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의 과거를 찾아 헤맨다. 한 가지 단서라도 발견하면 목숨을 걸고 전력을 다해 과거를 파헤친다. 정보가 곧 생명인 셈이다.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제임스 본의 상황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다.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숨기고 싶다. 과거 사실 한 조각이라도 알려질까,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단서는 도처에 널려 아이돌을 위협한다. 미니홈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자신의 과거 행적이 기록된 '민간인 시절' 사이트·SNS는 당연히 폐쇄조치다. 필요하다면 친구들과의 인연도 끊어야 산다. 정보가 곧 죽음으로 다가온다.
아이돌이 이처럼, 과거행적에 불안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성형 전 '무공해 민낯'이 공개될까 불안하고 자신의 불량했던 행적들, 이른바 '일진 시절' 사진들이 공개될까 두렵다. 행여라도 사실이 발각될 경우, 가수 생명까지 걸어야 한다. 아이돌의 피해 사례와 과거를 지우는 방법 등을 살펴봤다.
▶트랜스젠더 전 연인의 B군은 누구?
과거 이미지로 ‘훅’가는 연예인의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불량한 학교생활과 스캔들이 폭로될 경우다. 폭로가 되고 온라인에서 화제가 될 경우, 팀 해체라는 극단적인 결과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온라인은 한 바탕 난리가 났다.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아이돌 그룹 멤버 B군의 과거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면서다. A양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때 동거했던 아이돌 그룹 멤버 B군에게 물심양면 도움을 줬지만 그가 배신했다. 아이돌 소속사와 계약해야 한다며 돈을 빌려 간 후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내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한 후 사용 요금을 정산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A양은 B군과 나눴던 휴대폰 문자 메시지와 SNS, 성관계를 담은 동영상까지 공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혼성그룹 남녀공학의 열혈강호와 가온누리는 2010년(당시 17세) 또래 친구들과 함께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는 사진으로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달궜다. 유흥업소에서 친구들과 둘러 앉아 술을 마시고 흡연을 하는 모습이 찍혔다. 해당 사진이 포털사이트에 데뷔와 동시에 떠돌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소속사는 부랴부랴 남녀공학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열혈강호는 현재 차주혁으로 개명한 후 배우로 활동 중이다.
티아라 효민도 일명 '금옥연합 일진설'에 시달렸다. 효민이 중학교 시절 서울연합이라고 불리는 불량서클 중 금옥연합의 일원이었다는 것. 당시 활동하던 사진도 공개돼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효민은 지난해 5월 한 방송에서 "일진은 아니었다.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고 소위 잘나간다는 친구들과 몰려다녔지만 크게 문제될 행동은 하지 않았다. 누구도 때린 적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카라 강지영도 과거 사진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 스타다. 불량해 보이는 사진과 미니홈피 글 등이 문제가 됐다. 경기도 파주 일대를 주름잡은 '파주 퀸'이라는 루머에 대해 "학교에서 그냥 좀 잘 나가는 정도였다. 친구들 돈 뺏은 적도 없고 때린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아이유와 강민경은 과거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 때문에 한바탕 진땀을 뺐다. 아이유는 데뷔 후 한 남성과 찍었던 스티커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돼 '국민 여동생'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남자가 아이유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모습. 강민경도 배우 이민호와 노래방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돼 화제의 중심에 섰다. 노래방에서 다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당시 두 사람의 열애설도 급속도로 확산됐다.
▶과거를 지워라, 빡빡 지워라
일명 '과사'(과거 사진)를 지우는 작업은 연습생 입사 때부터 시작된다. 춤·노래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인성. 즉 연습생의 행실이다. 인터뷰를 통해 연습생 후보의 과거 행적을 샅샅이 알아본다. 어떤 친구를 사귀었고, 불량한 행적이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는지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인터뷰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합격이다. 이어지는 단계는 본격적인 '과사' 지우기다. 미니홈피·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활용되는 SNS를 총 망라해, 사진을 지우거나 탈퇴를 한다. 좋은 사진이라도 남겨둘 이유가 없다. 평범한 사진 속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견될 수도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연습생 때 SNS를 탈퇴시키고, 이후엔 절대 못하게 한다. 그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것을 다 지워도 친구들이 있으니까 안심하면 안 된다. 친구들의 SNS까지 탈탈 털어봐야 한다"고 소개했다.
교육도 필수적으로 행해진다. SNS에 건전하게 글과 사진을 올리는 방법도 강의하고, '과사'가 발견됐을 때의 피해 사례를 알려줘 경각심을 일깨운다. 한 가요 기획사의 마케팅 홍보 담당자는 "최근에 연습생들에게 '과사' 피해 사례를 조사 시켰다. 인터넷에서 한참을 찾아보더니, 걱정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거는 친구들도 있더라"고 전했다.
일단 '과사'가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면 막을 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특히 LTE 시대에 정보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타고 입에서 입으로 순식간에 전파된다. 관계자는 "내용이 악의적일 경우, 포털 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악의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삭제를 요청할 명분이 없다. 잘 아는 기자들에게 전화해 확산 방지를 부탁하는 정도가 할 수 있는 전부다"라고 밝혔다.
가요 기획사로서는 연습생 선발 시기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한 대형 기획사 이사는 “우리의 연습생 선발 원칙은 대체로 초등학교 5학년 이하의 친구들을 뽑는다는 거다. 일단 중고등학교 진학하고 나면 사실상 사생활 관리가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