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산이 육상부 키즈와 원조 육상부의 조화로 더 빠르고 강력해졌다. 여기에 송일수 감독의 '야구 철학'도 더해졌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두산 특유의 빠르고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를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두산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일본 미야자키. 두산 홍성흔은 "선수들의 몸놀림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그는 "나랑 (오)재일이를 빼고는 다들 치타가 된 것 같다"고 농담섞인 말을 전하더니 "어린 선수들은 물론이고, (고)영민이나 재원이도 이전보다 더 날렵해진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의 발이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은 지난 2007년 부터 기동력을 앞세운 야구를 했다. 주자가 나가면 어김없이 뛰었고, 상대 배터리는 이를 알면서도 잡아내기 힘들었다. 빠른 발과 민첩성 덕에 수비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두산의 기동력과 수비력은 상대팀들에게 큰 부담거리가 됐다. 한 명이 아닌 다수의 준족들이 넘쳐나는 두산을 두고 주위에서는 '두산 육상부'라는 말을 붙여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팀 도루 부문에서 172개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SK(144개)와는 무려 28개 차이다. 허구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두산의 기동력은 리그 최강이다. 그 기동력 덕분에 두산만의 특색있는 야구를 하면서 상대를 흔들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2013시즌 이후 두산의 원조 육상부였던 이종욱과 손시헌이 전력 이탈을 했지만, 육상부 키즈들의 성장과 원조 육상부의 부활이 맞물리 면서 두산의 그라운드는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홍성흔은 "(정)수빈이나 (허)경민이, (박)건우, (민)병헌이등 어린 선수들이 상당히 잘해주고 있다. 고참들이 많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그 자리를 어린 선수들이 메우면서 더 빠른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송일수 감독은 원조 육상부인 고영민을 주목했다. 송 감독은 "영민이의 몸상태가 아주 좋다. 올 시즌 큰 활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송일수 감독의 '1점을 먼저 내는' 야구 철학도 기동력을 높이는데 한몫했다. 송일수 감독은 지난해 11월 감독 취임식에서 "1점을 먼저내고 1점을 지킬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점수를 내기 위해서 번트나 도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두산 특유의 빠른 발과 허슬 플레이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송일수 감독은 이번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체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일본 프로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일본인 트레이닝 코치를 섭외해 선수들의 체력 훈련에 신경을 썼다. 강도도 높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휴식기인 지난해 12월에 개인 운동에 매진하며 체력을 길러왔지만, 캠프 초반 훈련량을 제대로 소화하기가 쉽지않을 정도였다. 야구를 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 없이는 126경기나 되는 한 시즌을 온전히 치뤄 내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기동력을 높이기 위해 선수들이 더 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도 더해졌다.
덕분에 선수들 대부분이 '지난해와 다르게 몸이 더 가벼워 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홍성흔이 눈으로 보기에 선수들이 빠르고 날렵하게 보였던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송일수 감독은 "시즌 내내 선수들에게 느슨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