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배우 최대철(36)은 KBS 2TV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의 수혜자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 16일 종영한 '왕가네 식구들'은 방송 50회 동안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품. '막장 드라마계' 대모 문영남 작가의 작품답게 '욕하면서 보게 된다'는 말을 들으며 시청률 5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상식선에서 벗어난 행동들을 일삼는 인물들과 이혼·불륜·부부강간 등 자극적인 소재로 보는 이들의 피를 거꾸로 솟게 만들었다.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은 끊이지 않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는 평이다.
최대철은 청년백수 왕돈 역을 맡아 코믹연기부터 섬세한 감정연기까지 자유자재로 선보이며 이름 석자를 제대로 알렸다. 김해숙·조성하·오현경·오만석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덕분. 돈 한 푼 못 벌어오는 백수로 시청자들의 깊은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지만 사랑하는 여자 강예빈(허영달)과 결혼한 뒤 피자가게를 개업, 성실하게 변모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최대철은 "데뷔 처음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나이가 좀 있는 편이라 '너무 늦게 빛을 본 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나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난 거라 생각한다. 한 계단씩 천천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방영 내내 드라마 이름 앞에 '막장'이란 수식어가 늘 붙어다녔다.
"난 한 순간도 막장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사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과 사건들이라고 여겼다. 출연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선배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해서 배운 게 많겠다.
"내가 언제 나문희 선배와 엄마와 아들로 나와 보겠냐. 나문희 선생님은 친어머니, 장용 선생님은 친아버지처럼 나를 잘 챙겨주셨다. 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게 '지금처럼 하면 된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연기적인 부분은 워낙 배운 게 많아 나열하면 끝이 없다. 처음엔 대선배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나는 10회까지만 나오고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왕가네 식구들' 출연 과정이 궁금하다.
"드라마 '화평공주' 연출자 송현욱 PD님 덕분이다. 송 PD님이 '왕가네 식구들' 오디션을 보라고 추천해주셨다. 힘겹게 배우생활을 하고 있을 때라 오디션을 볼 때 '꼭 출연해야 된다'는 생각을 품고 달려들었다. 문영남 작가님이 미팅 30분 만에 '대본 가지고 가라'고 하시더라. 왕돈의 '지질함'이 나에게서도 보였었나보다.(웃음) 문을 나서는 순간 감격스러워서 펑펑 울었다."
-왕돈은 본인과 얼마나 비슷한가.
"내 모습과 많이 닮아있더라. 무능력한 가장, 두 아이의 아빠인 점 등 말이다. 내 안에 있는 '지질함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왕돈을 연기한 거 같다. 왕돈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부족한 부분은 분명 많았을 거다. 그래도 '지질이 왕돈'이란 인물을 보면서 안타까워해주시고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행복했다."
-한양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했더라. 원래 꿈은 무용수 아니었나.
"원래 꿈은 배우였다. 고등학교 올라갈 때쯤 막내 누나가 '연기하는 사람들도 몸을 쓸 줄 알아야 한다'며 무용하는 걸 추천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무용과에 진학한거다. 이후 대구신인무용코우르 대상, 전국학생무용대회 은상, 일본 사이타마국제콩쿠르에서 수상하며 '나름 기대주'로 불렸다. 그러다가 국제파리콩쿠를 예선에 1위로 진출하고 파이널 무대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손목을 다쳤다. 전치 3주 부상을 당해 눈물을 머금고 꿈을 접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의 꿈이 좌절되는 순간 '아, 내 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용했던 경험을 살려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거다."
-언제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건가.
"2004년부터 꾸준히 작품을 했다. 2007년 '댄서의 순정'부터는 주연으로 출연했었다. 근데 무대에 오르면서 '뮤지컬 배우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 노래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소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연극만 4년 동안 했다. 무대에 오르면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출연료도 적어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학생들을 가르쳤고 대리운전도 했다. 아내와 아들, 딸을 보며 힘을 냈다. 그러다가 드라마 스페셜 '화평공주'(11)로 처음 드라마 출연을 했다."
-힘들게 걸어오다가 빛을 봤다. 가족들이 가장 기뻐하겠다.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보더라.(웃음) 딸은 '아빠! 왜 다른 아줌마(강예빈)랑 자?'라고 묻더라. 하하. 그래서 나의 직업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아내는 '그 부분은 참 좋더라' '잘하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힘들 때 묵묵히 나를 붙들어준 고마운 사람이 바로 아내다. 주변 사람들도 진심으로 축하해주더라. 그동안 많은 분들에게 신세를 지고 살아왔다. 그동안 도움 받은 것들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달려야 할 것 같다."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거다. 또 어떤 역할으 맡아도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소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