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재영(43)이 새해 첫 로코(로맨틱코미디)물을 통해 동그란 안경테가 어울리는 '결벽증 캐릭터'로 변신한다. 그가 9일 개봉한 영화 '플랜맨'에서 연기하는 한정석은 1분 1초까지 철저한 관리 속에서 보내야 하는 '나노 계획남'. 새벽 6시에 기상해 군인처럼 이불의 각을 잡는 도서관 사서로, 12시 15분에는 정확히 점심을 사러 편의점에 출근한다. 짝사랑에 고민하던 중 편의점 딸 한지민(소정)을 만나 생애 최초로 '무계획적인 인생'에 도전한다. 최근 '카운트다운'(11) '열한시'(13) 등에서 주로 선굵은 역할을 맡아왔기에, 오랜만에 피가 튀기지 않는 작품을 선택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아는 여자'(04), '김씨 표류기'(09) 등에서 로코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에 맡은 역할은 과거 어떤 작품속 캐릭터와도, 실제 내 모습과도 전혀 비슷한 구석이 없다"며 "오히려 현대인이 앓고 있는 강박증, 혹은 결벽증을 표현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정석은 실제 모습과 얼마나 비슷한가.
"사실 평소에는 계획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 비슷하다고 해야 더 홍보가 되는 것은 알고있지만 거짓말은 못하겠다. 이번 영화에도 마음이 가는데로 합류하게 됐다. 순수하면서도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치유해가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간 무거운 작품만 하다 보니까 지겨워져서 간만에 코미디로 돌아오고 싶었다."
-결벽증 캐릭터를 위해 참고한 주변 인물은 없었나.
"사실 진짜 '플랜맨'은 감독님이다. 결벽증까지는 아닌데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내가 맡은 정석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런 작품을 만들지 않았을까. 사실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전혀 없다. 나와는 정 반대 성격이라 있어도 안 만난다. 인터넷 등을 통해 조사해보니, 요즘엔 그런 사람들이 참 많더라. 결벽증은 현대인들에게 아토피와 비슷한 병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좋은 음식 먹고 깨끗하게 사는데도 면역력이 없어져서 트러블이 생기지 않나. 식탁에 국이 나와도 같이 안 떠먹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 다들 바쁘다보니 누군가 시간을 어기는 것에 민감하다."
-정재영이 로코를 한다고 하자 '아는여자'를 떠올리는 팬들이 많다.
"그러고보니 '아는 여자' 이후 딱 10년만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특별히 '아는 여자'를 떠올리진 않았다. 평소에 영화를 한 번 보면 다시 안보는 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아는 여자'의 동치성과는 정 반대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엔 더 시끌벅적하고 부산할 뿐더러, 여자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이다. 실제 내 모습과 제일 비슷한 캐릭터는 '우리 선희'의 재학이라고 할 수 있다."
-피튀기지 않는 영화를 선택한 것은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을 고려한 건가.
"애들이 나를 먹여살리는 것도 아니고 별로 신경은 안 쓴다. 다만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제 영화를 봤을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남기고 싶은 생각은 있다. 다만 사람이 똑같은 음식만 먹으면 질리지 않나. 작품에 들어갈 당시의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편이다."
-한지민과는 첫 호흡이다. 인상이 어땠나.
"평소에 한지민은 드라마에서 주로 봐 왔는데, 참하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배우들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일반 남자들과 똑같다. 신기하기도 하고, '진짜 예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만 나도 배우니까 겉으로는 아닌 척 하는 것 뿐이다."
-한지민과의 키스신은 어땠나. 최근에는 '한지민 갤러리'에도 자주 들어가 본다고 들었다.
"키스라기보다는 뽀뽀에 가까웠다. 여러 각도에서 10번 이상 다양하게 찍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감독님이 왜 그렇게 많이 키스신을 많이 찍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대리만족을 한 것이 아닐까. 최근에 '한지민 갤러리'를 즐겨찾기 해 놨는데, 팬들도 한지민을 닮아 매너가 좋더라. (키스신에 대한) 악플은 없고 '상대가 유부남이라서 다행이다'라는 반응이 많았다(웃음)."
-같은날 개봉한 디카프리오의 신작과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자신있나.
"그 영화('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도 좋다는 소문이 많다. 요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 다만 런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디카프리오를 좋아해도 계속 앉아있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라고 본다(웃음). 오히려 3D로 나온 '타잔'이 경쟁작이다. 분량도 적당하고 가족영화니까. 디카프리오도 이제 나처럼 40대에 들어섰는데,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행보가 참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