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시천면 사리에서 산속으로 약 6km 정도 더 들어가면 지리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곳이 있다. 이곳에 ‘마근담’이라는 에코 빌리지(Eco Village)가 있다. 임야와 농토, 그리고 가옥과 주요 건물 등을 합하면 약 50만㎡ 가량 되는 너른 산하다.
42세대, 89명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마을이다. 전국 각지에서 귀농·귀촌해 마을이 이룬 것이 벌써 20년째라고 한다. 각각 다양하다. 5만 톤급 유조선을 몰았던 선장, 개신교 목사와 전도사, 교사와 학원 경영자도 있다. 또 목수와 전기공, 심지어는 등에 문신을 한 전과자도 있다. 안락한 직장, 친근한 동료, 허물없는 친구들을 떠나 이들은 왜 여기에 머물러 있는 걸까.
‘유무상통(有無相通)’ 마을
촌장을 마근담 마을을 사자성어로 ‘유무상통(有無相通)’이라고 표현했다. ‘있고 없는 것이 사로 통한다’는 뜻이다. 마근담 42세대의 삶은 다양하다. 유기농으로 먹거리를 만드는 농부, 노인을 돕는 요양사, 수공예품 제작 등으로 살림을 꾸려 나간다. 흥미로운 것은 돈을 쓰는 방법이다. 각 가정에서는 생활비로 쓰고 남은 여분의 현금을 ‘마근담 마트’금고에 넣어둔다. 가정마다 형편이 다르니, 누구는 많이 내놓기도 하고, 누구는 10원도 못 내는 경우도 있다. 또 어느 가정은 아예 수입의 전부를 마을 마트 금고에 저축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필요할 때에는 가져다 쓴다. 그러니까 마근담의 마트는 이 마을의 현금지갑이자 저축통장인 셈이다. 자기가 쓸 일이 있으면 갖다 쓰고, 굳이 쓰지 않아도 되면 더 필요한 다른 사람이 갖다 쓴다. 그러니, 많이 가진 자와 적게 가진 자 구분이 없다. 마을 모두가 한 살림 한 경제, 즉 ‘가족 경제’인 것이다. 수입이 아예 없거나 적은 사람은 자기가 가진 기술을 내놓으면 된다. 기술은 미용, 이발, 옷 수선, 자동차 수리 등이다.
“유무상통은 제도가 아닙니다. 이 마을의 규칙으로 정해놓고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유무상통이라지요.” 촌장의 말이다.
마근담의 농사
촌장은 자신을 이곳의 ‘지부제’라고 소개했다. 농사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아우가 되어 형을 섬기듯 봉사한다’는 뜻이란다. 농제를 따라 간 비닐하우스에 겨울 시금치가 성했다.
“개인 텃밭을 원하는 사람은 직접 텃밭을 가꿉니다. 연로하신 분들이나 바깥 일을 많이 보는 사람은 공동 텃밭을 가꾸지요. 여기서 나오는 작물은 모두 무료로 드립니다. 남는 것은 내다 팔기도 하고요.” 농사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 농법으로 짓는다. 요즘 슈퍼나 시장에서 건강한 먹을걸리를 찾기가 어려운 마당에 좀처럼 찾기 힘든 청정 유기농 산물이다.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벌레 한 마리도 일일이 손으로 잡아야 해요. 화학 비료, 성장 촉진제도 쓰지 않지요. 힘들지만 자연 퇴비를 만들고 발효시켜 거름으로 씁니다.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지요” 마근담의 유기농산물은 전국에 택배로 보내진다.
“우리 농산물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유기농산물의 가치를 알아줬으면 싶어요. 돈으로 살 수 없는 땀이 들어 있습니다”
◇마근담에 가려면
마근담은 지리산 둘레길 조합에서 지정한 에코빌리지이다. 사람이 몸과 마음, 모두 건전하고 행복하게 살기에 적당한 마을이라는 뜻이다. 최근 조합의 지원을 받아 마벽돌로 담을 쌓고, 마을 목욕탕도 새로 지었다. 봄이 되면 유기농 요리 교실 등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마근담을 찾는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마근담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방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주말이면 최대 유기농 재료로 음식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무농약으로 재배한 100% 유기농 음식을 맛보고, 또 우리의 친환경적 삶을 체험해 보고자 하는 방문자들이 주로 옵니다. 유기농 식생활 체험과 자연 속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촌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