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김성용(31·사진)이 123경기 만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윈터 투어 J골프 시리즈 3차전(총상금 10만달러)에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1일(한국시간) 태국 캥크라찬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캥크라찬 골프장의 밸리·마운틴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 전날 단독선두로 출발한 김성용은 이날 7언더파(버디 8, 보기 1개)를 몰아쳐 합계 15언더파로 박상현(31·메리츠금융그룹)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김성용은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보기를 적어냈지만 더블보기로 무너진 박상현을 꺾고 생애 첫 승의 물꼬를 텄다. 우승상금은 2만 달러(약 2100만원).
2005년 KPGA 정회원이 된 지 9년 만이고 2007년 KPGA 코리안 투어에 데뷔한 이후 7년 만이다. 그동안 정규 투어 72차례 출전을 비롯해 2부 투어, 3부 투어 등까지 무려 123경기 만에 결실을 거둔 값진 승리다. 김성용은 이번 대회 우승 전까지 2012년 해피니스 광주은행 제55회 KPGA선수권대회에서 거둔 공동 2위가 생애 최고 성적일 정도로 철저한 무명이었다.
골프 입문이 늦은 탓도 한몫했다. 중학교 때까지 유도와 태권도를 하다 1995년 고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이후 2002년 26세에 세미프로를 통과했고 티칭 프로 생활을 하면서 2005년 정회원이 됐다. 그렇게 그가 본격적으로 투어에 입문한 때는 서른 한살이었다.
이처럼 김성용은 무명 생활이 길었기 때문에 최종일 챔피언 조에서 맞붙은 통산 3승(윈터투어 1승 포함)의 박상현에 밀릴 것으로 예상됐다. 첫 홀을 출발할 당시 두 선수의 격차는 1타 차였다. 그리고 전반 9홀이 끝났을 때는 박상현이 오히려 11언더파로 1타를 앞서 갔다. 그러나 김성용은 박상현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았다. 후반에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내며 5타를 줄였고 버디 4개에 그친 박상현과 동타를 이뤄냈다.
연장전이 벌어진 18번 홀(파4·476야드)은 지난 2차 대회에서 평균 타수 4.58타로 타수 난이도 1위, 퍼팅난이도 2위로 가장 까다로운 홀이었다. 때문에 승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두 선수의 불꽃 같았던 대결은 연장전에서 의외의 변수와 함께 막을 내렸다. 박상현의 티샷이 OB가 나면서 더블보기, 김성용은 그 사이 차분하게 보기로 마무리해 승리했다.
김성용은 "상대가 코리안 투어에서 실력이 뛰어난 선수 중 한명이라 욕심내지 않고 내 경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박상현의 연장전 티샷이 OB로 연결되는 순간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태국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동료 선수들과 우승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1차 대회 2위, 2차 대회 공동 4위에 올랐던 백석현(24·싱하)이 합계 10언더파로 단독 3위를 차지했고, 2006년 신한동해오픈 우승자 강지만(38)과 문경준(32)이 합계 7언더파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한편 지난 1차 대회와 2차 대회에서 퀄리파잉을 통해 본 대회에 참가한 아마추어 선수 전원이 본선 진출에 실패했으나 3차 대회에서는 황규승(19)과 김다훈(19)이 컷 통과에 성공하며 세미프로 특전을 받게 됐다.
KPGA 코리안 윈터 투어의 대미를 장식할 J골프 시리즈 4차전은 3월 3~4일 예선전을 거쳐 5~7일 본선 3라운드 54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