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제도가 ‘2명 보유?2명 출전에서, '3명 보유?2명 출전?동 포지션에 3명 보유 금지' (NC는 4명 보유?3명 출전)로 개정됐다. 바뀐 외국인 선수 제도로 인해 외국인 타자들이 각 팀 타선에 포함되면서 이들의 활약이 각 팀 성적의 주요 변수가 됐다. 기대감은 ‘수성’하려는 기존의 강팀보다 ‘반등’을 꾀하는 약팀 쪽이 더 크다. 5명이 뛰는 농구에서는 ‘2명 보유, 2명 출전’이라는 외국인선수 제도를 시행하던 시절, 전 시즌에서 바닥을 멤돌던 팀도 ‘외국인 농사’만 잘 지으면 다음 시즌에 상위권을 노릴 수 있었다. 농구만큼은 아니지만 야구에서도 9명으로 꾸려진 타선에 강타자 한명이 포함되는 효과는 매우 크다.
NC는 지난해 팀타율 0.244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1위인 두산과는 무려 4푼5리의 차이이다. 한화는 47개의 홈런을 기록, 팀홈런 1위를 기록한 넥센(125개)의 박병호(37개)와 강정호(22개), 두 명의 기록을 합친 것보다 10개나 적었다.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한 LG는 팀타율 0.282로 전체 3위를 기록했지만, 팀홈런이 59개에 불과해 시즌 내내 '한 방'에 대한 갈증을 겪었다.
프로야구는 98년에 처음 외국인 선수제도가 도입됐다. 역대 외국인 타자 중 각 부문 최고의 성적을 올린 사례를 통해 2013시즌 빈공에 허덕였던 팀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외국인 타자’를 살펴보았다.
◇ 2004시즌 현대 클리프 브룸바의 타율 0.343
클리프 브룸바(40·은퇴)는 2003시즌 후반기 마이크 프랭클린(42·은퇴)의 대체 선수로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다. 첫해 70경기를 뛰며 타율 0.303, 홈런 14개를 기록한 브룸바는 재계약 후 맞이한 2004시즌에서 공격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타율 1위(0.343), 홈런 2위(33개), 타점 3위(105)를 기록하며 소속팀 현대가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는데 1등공신이 됐다. 브룸바는 처음이자 마지막 외국인 타격왕이며, 타율 0.343은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 기록이다. 외국인 타자들이 타율에 신경쓰기보다 ‘홈런 스윙’을 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기도 하다.
◇ 1998시즌 OB 타이론 우즈의 홈런 42개
외국인제도 도입 원년 (1998년)에 OB에 입단한 타이론 우즈(45·은퇴)는 데뷔 첫해부터 42개의 홈런을 쳐내며 홈런왕에 올랐다. 이는 빙그레 장종훈(46·현 한화 코치)의 한국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홈런 기록 (41개, 1992년)을 6년 만에 넘어선 기록이었다. 당시 우즈, 심정수(39·은퇴)와 함께 OB의 ‘우동수 트리오’를 형성했던 김동주(38·두산)는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선수가 42개의 홈런을 친 것은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라고 말했다. 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한국에서 활약한 우즈는 단일 한국시리즈 최다홈런(4개 2001년), 한국시리즈 개인통산 최다홈런(7개), 포스트시즌통산 최다홈런(13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1998년 정규시즌 MVP와 2001년 한국시리즈 MVP, 같은 해 올스타전 MVP에 오르며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MVP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 1999시즌 롯데 펠릭스 호세의 122타점
1999년 롯데에 입단한 펠릭스 호세(49·은퇴)는 데뷔 첫해 132경기에 나서 타율 0.327, 홈런 36개, 122타점을 기록하며 외국인선수 최초로 골든글러브(외야수 부문)를 수상했다. 같은 해 삼성 이승엽(38·삼성)이 123타점을 올려 타점왕 부문에는 2위에 그쳤지만, 122타점의 기록은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타점이며, 롯데 역사상 최다이다.
◇ 2001시즌 롯데 펠릭스 호세의 장타율 0.695·출루율 0.503
1999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호세는 이듬해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 도전했다가 2001년 다시 롯데로 복귀했다. 돌아온 호세는 1999년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렸다. 117경기에 나서 타율 0.335, 36개의 홈런을 치며 장타율 0.695, 출루율 0.503을 기록했다. 장타율 0.695는 2001시즌 전체 1위 기록이며 출루율 0.503은 프로야구 원년에 백인천(당시 MBC)이 기록한 0.502를 넘어서는 프로야구 역대 1위 기록이다. 당시 투수들은 호세와의 정면승부를 피하며 역대 한 시즌 최다 볼넷인 127개를 헌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