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간달프를 연기했던 이안 맥켈런(75)은 10년이 지난 요즘 '호빗' 시리즈에서 여전히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40대에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에서 전세계 모험 여행을 펼쳤던 해리슨 포드(72)는 올해 개봉할 '익스펜더블3', 내년 개봉작 '스타워즈 에피소드7'에서 액션 연기를 펼친다고 한다.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70대 노장 감독은 단 2명이다. 프로야구 한화의 김응용(73) 감독은 지난해 9년 만에 사령탑으로 복귀해 올해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 박종환(76) 감독은 올해 프로축구 성남 FC의 사령탑으로 8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왔다. 두 감독은 나이 외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 전력이 약한 팀의 사령탑 등 닮은 점이 많다. 8일 프로야구는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프로축구는 K리그가 개막한다. 두 노장 감독에게 눈길이 쏠린다.
▶Mr. 쓴소리
박종환 감독과 김응용 감독은 각자 분야에서 원로이자 최고참 감독으로서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는다. 몸 담고 있는 분야의 발전을 위한 애정이 담겨 있다.
박 감독은 "홈 팬들과 함께 호흡하지 않는 팀에는 미래가 없다. 선수들이 팬들과 일체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연고 지역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K리그 팀들은 마케팅을 너무 쉽게 하려 든다. '빅 스폰서'를 잡는 것도 좋지만, 금액이 적더라도 축구단에 애정을 지닌 작은 스폰서들을 꾸준히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모기업 홍보에만 치중하는 구단 마케팅을 지적했다. 또 "선수들 기량은 늘었는데, 젊은 지도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후배들을 향한 고언도 했다.
김 감독 역시 프로야구의 비활동 기간 팀 훈련 금지에 대해 "억대 연봉자들은 자기들끼리 따뜻한 곳에서 훈련한다. 실력이 모자라고 연봉이 적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겠다는데, 구단에서 좀 도와주는 것이 안 된단 말인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해선 "10구단으로 늘어나면서 선수가 없다. FA(프리에이전트) 선수 몸값만 올라간다. 외국인 선수를 더 늘려서 프로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최근 스프링 캠프에선 "프로 선수가 감기로 고생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다"는 등 선수들의 자기 관리에 대해 지적했다.
▶하위권 탈출이 과제
시즌을 앞둔 두 70대 감독의 속은 편치 않다. 팀 전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경험과 관록을 앞세운 노장 감독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김응용 감독은 지난해 한화를 맡아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10회 차지한 그가 프로 감독 23년째에 처음 경험한 꼴찌였다. 기본 전력이 약한 데다 외국인 선수 및 투수진의 부진 등이 맞물렸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FA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했고, 새로 계약한 외국인 선수들도 괜찮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전히 팀 전력은 9개 구단 중 하위권이라는 전망이다.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성남도 비슷하다. 1993~95년 박종환 감독의 지휘 아래 3연패를 달성하는 등 통산 최다인 7회 우승을 차지한 성남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후원기업이었던 통일교 재단이 손을 떼면서 시민구단으로 변신했다. 재정이 넉넉치 못한 시민구단이라 모기업의 후원을 받는 기업형 구단들보다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다. K리그 클래식 12개팀 중 10위 안에 들어 강등을 모면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성남은 경남, 상주 등과 강등권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북 출신의 실향민
두 감독은 고향이 모두 이북이다. 박종환 감독은 황해도 옹진군 출신이다. 김응용 감독의 고향은 평안남도 평원군이다. 박종환 감독은 2000년대 후반까지 경평OB축구 대회에서 평양OB 대표로 출전했다. 두 감독은 비슷한 시기에 대구에서 머물기도 했다. 김 감독은 2001년부터 삼성 감독을 맡았고, 2005년에는 삼성 사장에 취임해 2010년까지 재직했다. 박 감독은 2002~06년 대구 FC 감독을 지냈다.
같은 스포츠인이지만 두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끈은 없었다. 김응용 감독에게 박종환 감독과의 인연을 묻자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 분은 고향이 강원도 아닌가"라며 같은 이북 출신인지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