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따뜻한 날씨에 집유량 늘어…가격 인상 덕 못보는 유업계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젖소 집유량이 늘면서 우유가 남아돌고 있다. 유가공업체와 유통업체들은 각종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 소비 늘리기에 바쁘다. 지난해 소비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유값 인상을 단행한 유업체들은 인상 덕도 얼마 못보고 괜히 욕만 먹은 꼴이 됐다.
따뜻한 날씨에 젖소 집유량 대폭 늘어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낙농가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5867t으로 지난해 1월 5525t보다 5.23% 늘었다. 2년 전인 2012년의 5415t보다는 8.5% 증가한 양이다. 2월 들어서는 하루 평균 생산량도 6143t으로 지난해 2월(5708t)과 비교해 7.6%, 2012년(5639t)과 비교하면 9.4% 늘었다. 낙농진흥회가 집계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전국 총 원유생산량도 각각 17만6211t과 18만1863t으로, 2012년 12월의 17만1608t과 지난해 1월 17만2809t보다 각각 2.7%, 5.2% 증가했다.
급작스럽게 원유 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따뜻한 겨울 날씨가 원인인 거승로 분석됐다. 젖소가 원유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온도는 10~20도 사이인데, 올해 겨울 기온이 비교적 따뜻했던 탓에 젖소들의 집유량이 평년보다 늘어난 것이다. 구제역 사태 이후 시행한 원유 생산량 증대 정책과 원유 가격 연동제 도입 후 생산량이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수요는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2월까지 방학 기간 급식 수요 등이 줄어든데다 지난해 업체들의 우유 가격 인상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된 것. 수급불균형은 심각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수급 불균형이 기온 상승과 함께 원유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5월까지는 계쏙 심화될 것이며, 심각하면 '원유 파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업체 할인 경쟁 '가격 인상 덕 못봐'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체와 유가공업체는 소비 활성화를 위해 가격 할인 행사, 끼워팔기 등 프로모션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롯데마트는 자체 매장의 올해 가격 할인 품목을 작년 대비 2배 이상으로 늘렸다. 가격 할인 폭도 지난해 10%에서 올해 15%로, 2월 중 할인 행사 기간도 지난해 2주에서 올해 한 달로 확대했다. 유업체 중 할인 행사에 가장 인색한 서울우유 역시 이례적으로 행사에 동참한 상태다.
지난해 매일유업을 시작으로 차례로 우윳값을 인상한 유업체들은 할인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울상이 됐다. 한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수급 불균형의 영향으로 대형마트에서 대폭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커피전문점이나 제과업체 등에 납품하는 우유도 15% 가량 낮은 가격에 팔고 있다"며 "지난해 힘들게 가격을 인상했지만 그 덕을 못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