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텔레콤에서 신규 가입으로 개통하자마자 쏟아진 스팸문자. IS포토 <사진> SK텔레콤에서 신규 가입으로 개통하자마자 쏟아진 스팸문자. IS포토 사진>
IT 회사에 다니는 김모(41)씨는 최근 업무 때문에 SK텔레콤에서 신규 가입으로 새 휴대전화를 마련했다. 그런데 개통하자마자 각종 스팸문자가 쏟아졌다. 신용카드 회사나 포털 사이트 등 어디에도 가입한 적이 없는 새 휴대전화 번호였는데도 불구하고 화장품 회사의 할인 행사 문자부터 도박 사이트 문자까지 우르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유는 신규 가입으로 받은 휴대전화 번호가 새 번호가 아니라 이미 다른 사람이 썼던 번호를 다시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 번호 주인이 가입한 사이트 등에서 스팸문자가 날아온 것이다. 김씨로서는 찜찜하고 불쾌하다.
그렇다고 아무도 쓰지 않는 클린 번호를 받을 수 없다. 이동통신사들이 관리하고 있는 010 번호 중에 한 번도 안쓴 번호는 없기 때문이다.
2004년 도입된 '010 통합 식별번호 정책'에 따라 쓰기 시작한 010 번호가 벌써 거의 소진된 것이다. 010 번호로 만들 수 있는 번호 자원은 1억개다. 이 중 0000번 등 특수 번호를 제외하고 실제 가용한 8000만개 중 이통사가 7300만개를 나눠 갖고 있다. 나머지 700만개는 방통위가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010 번호 중에 완전 새 번호는 없다"며 "거의 한 번씩은 번호 이동으로 누군가는 썼던 번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011·016·017 등 기존의 01X 번호 이용자의 010 번호는 남아 있다. 01X의 뒷자리를 010에서 그대로 쓸 경우 우선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하늘 아래 새로운 휴대전화 번호가 없기 때문에 신규 가입으로 개통했다고 해도 스팸문자를 피할 길은 없다. 문제는 중요한 개인정보까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김씨가 받은 문자 중에는 전 번호 소유자의 신용카드 발급 안내 문자와 등기물 배달 안내 문자도 있었다. 신용카드 문자에는 고객의 이름이 나와 있었고 우체국 문자에는 배송 직원의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배송 직원에게 전화해 고객 이름을 말하고 배송지를 다른 곳으로 바꿀 수도 있다.
새 휴대전화 번호를 받았다고 해서 한번도 쓰지 않는 번호는 없는 만큼 스팸문자나 스미싱 문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꿀 때에는 자신이 가입했던 사이트 등에 입력한 연락처를 변경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