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한은회)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감독의 선수 활용 범위를 넓히고, 부상 등에 대체수단을 마련하며 잠재력 있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방안으로 1군 엔트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비슷한 입장이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가 팀당 3명(NC는 4명)으로 바뀌었으니 현행 1군 명단 26명을 27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각 구단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지난해보다 1명 많은 3명씩(LG는 현재 2명) 뽑았다. 이들을 모두 등록할 경우 1군 명단에는 23명의 국내 선수를 넣을 수 있다. 작년보다 1명 줄었다. 직접적인 피해자는 1군과 퓨처스리그의 경계에 있는 선수들이다. 그들은 26명으로 묶인 1군 명단이 야속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의 엔트리 제도와 경기수, 리그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보다 1명 많다
외국인 선수 출전이 무제한인 미국 메이저리그는 1군 명단이 25명이다. 더구나 팀당 162경기를 치른다. 무제한 연장전을 하는 등 시즌이 정말 빡빡하게 돌아가는데도 한국보다 적은 인원으로 간다.
한국은 메이저리그보다 34경기 적은 팀당 128경기를 한다. 체력적인 부담과 부상 위험을 이유로 1군 명단을 늘려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즌 144경기를 벌이는 일본프로야구는 1군 명단이 28명으로 한국보다 2명 많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를 4명 등록할 수 있어 1군 국내 선수는 24명으로 한국과 1명 차이다. 한국은 외국인 선수 출전이 한 경기 2명으로 제한돼 국내 1군 선수에게 돌아가는 기회는 더 많다.
◇명단 교체는 열려 있다
1군에 못 들었다고 설 자리를 잃었다고 보기 힘든 이유도 있다. 바로 명단 교체의 유연성이다. 재등록까지 열흘이 걸린다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한국은 1군 명단을 상대적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엔트리 교체가 경직돼 있다. 부상자 명단에 올릴 경우에만 자유롭게 바꿀 수 있을 뿐 부진하다고 쉽사리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지 못한다. 구단에 옵션이 없는 경우 25인 로스터 선수를 다른 팀에 뺏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1군 명단 숫자가 적은데다 승격 기회도 적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한 시즌에 팀당 50명 가까이 1군 무대를 밟고, 그 중 몇 명은 1군 선수로 성장한다. 이런 교체의 유연성은 1군 엔트리 유지의 보완장치가 될 수 있다.
◇1군 명단 확대,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될까.
각 구단은 지난해 1군 엔트리 확대에 대해 논의했으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구단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선수층이 두꺼운 팀은 1군 명단이 늘면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보강할 수 있어 찬성하지만, 선수층이 얇은 팀은 별반 도움이 안돼 반대한다. 상위권 팀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서다.
비용 증가는 의미 있는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한 구단 단장은 "1군에 1명 더 온다고 돈이 얼마나 더 들겠나. 숙식비와 1군 등록일수에 따른 연봉 차액분을 지급하는데, 큰 부담은 아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야구의 질적인 향상이다. 1군 명단을 27명으로 늘렸을 때 팬들에게 더욱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느냐를 물어봐야 한다.
현재 프로야구는 리그의 햐향평준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t가 내년 시즌 1군에 들어오면 10개 구단이 되는데 고교야구 팀은 60개에 불과해 선수 수급 문제가 심각해진다. 8개 구단 체제였을 때와 비교해 전체적인 수준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1군 명단을 늘리면 리그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구단이 두 개 더 생겨 선수들의 1군 진입 기회는 예전보다 오히려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