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은 2013-2014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프로농구에 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여름리그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무려 15년 만에 처음이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이 3위까지로 바뀐 것도 한 몫 했다. 종전에는 4위까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삼성생명의 추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삼성생명은 그간 베테랑 의존도가 컸다. '명품 포워드' 박정은(37)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했다. 올 시즌은 삼성생명 코치로 활동 중이다. 박정은은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축으로 뛰었다. 2012-2013 시즌에는 31경기에 나와 평균 34분36초를 뛰어 평균 9.71득점, 4.10 리바운드, 3.16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비롯 두 자릿 수 득점대는 아니었지만 승부처에서 한 방을 터뜨려주며 꾸준히 기용됐다.
박정은이 나서주면서 승수는 쌓았지만 대체 선수를 키우지 못했다. 박정은 백업으로 자랄 선수를 눈여겨보고 일정 시간을 꾸준하게 뛰게 하면서 경기력을 올렸어야 한다. 그 공백은 올 시즌 여실히 드러났다. 시즌 초반 중간층 선수들인 고아라(26), 박태은(27), 김한별(28), 배혜윤(25) 등이 제 몫을 못해주면서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이호근(49) 삼성생명 감독은 "비시즌에 이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켰는데 막상 실전에서는 제대로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결국 또 한 명의 베테랑 이미선(35)에게 의지했다. 비시즌에 대표팀 차출로 훈련이 부족했던 이미선은 시즌 초반 이미 체력이 고갈돼 있었다. 하지만 팀이 어려운 사정으로 고참이 나서야 했다. 이미선은 올 시즌 한 경기당 평균 35분 가까이 뛰면서 평균 9.03점, 5.03 리바운드, 5.76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선은 어시스트 부문은 독보적인 1위로 개인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차양숙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에 이미선이 활약하면서 삼성생명이 막판에 청주 KB스타즈와 3위 싸움을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결국 베테랑 외에 다른 선수들이 제대로 해주지 못해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정은, 이미선은 개인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라서 자율 훈련으로도 삼성생명을 좋은 성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제 삼성생명 젊은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으로 조직력을 잘 다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