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SK 외국인 타자 스캇(36)의 시범경기 타율이 심상치 않다. 17일까지 0.100(10타수 1안타)에 머무르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장타도 아직 신고하지 못했다. 백약이 무효했다.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에 모두 지명타자로 선발 기용됐지만 시원스러운 타격과 연결되지 않았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무색케 하는 초반 행보다.
스캇은 지난해 탬파베이에서 타율 0.241·9홈런·40타점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현역 빅리거다. 통산 9년 동안 기록한 홈런만 135개다. '역대급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타율 0.269(26타수 7안타)·2홈런·8타점을 올리며 순항했다. 타점은 간판타자 최정(27·9타점)에 이은 2위였다. 3번 최정-4번 스캇 조합은 2년 만에 4강 도전장을 내민 SK의 가장 큰 무기다.
그렇다면 스캇은 왜 타율이 1할대에 머무르고 있는 걸까. 이만수(56) SK 감독은 한국 야구에 적응하고 있는 단계로 평가했다. 미국과 다를 수 있는 스트라이크존 등을 재설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스캇은 최대한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고 있다. 시범경기 5경기 동안 타석당 3.93개의 공을 봤다. 한화와의 시범경기 개막 2연전을 제외하면 4.67개로 늘어난다. 경기를 치를수록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의미다.
스캇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타석당 투구수가 3.93개였다. 통산 기록도 3.90개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최근 모습은 지난 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석당 투구수가 가장 많았던 이대수(33·한화·4.4개)의 끈질김을 능가하고 있다.
우려를 불식시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볼넷'이다. 스캇의 시범경기 출루율은 0.400이다. 15타석에서 골라낸 볼넷이 5개다. 지난 11일 삼성전에서는 세 타석 모두 볼넷으로 출루했다. 반면 삼진이 하나도 없다. 장타를 의식해 스윙이 큰 일반적인 외국인 타자와 다른 모습이다. 이만수 감독도 만족스럽다. 그는 "최정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팀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볼넷도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하지만 오는 29일 모습을 드러내게 될 '진짜' 스캇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