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이병헌(44)·배용준(42)·장동건(42)·권상우(38)·송승헌(38) 등이 한류천왕이라 불리던 때가 있었다. 이른바 '1세대 한류스타'로 불렸던 이들은 특히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어모았다. 팬미팅 1회에 평균적으로 몰려든 관객수가 1만여명을 넘어섰다. 그로부터 10년 후 일본에는 혐한이 불어닥쳤다. 한류 스타를 흠집내고 이들이 출연한 작품을 외면했다. 하지만 2014년 현재, 아시아 전역에 한류천왕 2세대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한류의 끝'을 말하던 이들의 입을 막아버릴만큼 놀라운 인기를 과시하며 새롭게 한류붐을 형성하고 있다. 그 선두에는 박해진(31)·이민호(27)·김수현(26)·이종석·김우빈(25) 등이 있다. 1.5세대 한류천황으로 분류되던 이준기·장근석 등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으며 아시아을 호령하고 있다. 이제 막 한류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도 그 화력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신 한류'를 책임지고 있는 '신 한류천황'들의 행보를 따라가봤다.
▶전용기부터 국경일 제안까지…스케일이 다르다
한류천왕 2세대는 스케일부터 남다르다. 먼저, 13억 중국 대륙을 사로잡은 박해진은 중국에서 국빈급 대우를 받는 엄청난 스타다.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 이어 최근작 '별에서 온 그대' 등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국내 드라마의 인기는 고스란히 중국 대륙으로 번져갔다. 지난 18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회 '배우공민공익대상'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 받아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지난 11일에는 중국 후난(湖南) 위성TV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 '쾌락대본영'에 출연했다. 중국 제작진의 끊임없는 러브콜에 2011년 이후 또 한번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이민호는 필리핀에서 진짜 '상속자'로 통한다. 지난 21일 행사를 위해 필리핀을 찾은 이민호를 보기위해 공연장에는 1만 5000여명이 빼곡히 들어찼다. 미처 입장을 하지 못한 팬들이 행사장 밖에 장사진을 이뤘다. 필리핀의 민영방송 ABS-CBN의 홈페이지에는 '당신이 꼭 봐야할 프로그램'이란 타이틀로 이민호의 행사 장면을 올렸다. 필리핀 방송국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이민호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이민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따라하는 추종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한국어로 농담을 한다. 이민호의 방문일을 국가 공휴일로 만들자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일종인 웨이보의 팔로워 숫자 2000만명을 넘어섰다.
배우 김수현도 두말할 것 없는 중화권 최고스타다. 지난 21일 오전 아시아 투어 일정을 위해 대만으로 출국한 김수현은 이날 오후 타오위안 공항에 발을 들였다. 공항에 수천여명의 팬들이 몰린건 당연한 일. 대만 중천TV는 '김수현이 대만에 눈부신 모습으로 등장했다'며 입국 현장을 생중계했다. 이날 김수현은 현지에서 제공된 7억원 상당의 벤츠 차량을 타고 숙소로 이동, 2012년 대만을 방문한 팝스타 레이디가가를 넘어서는 국빈급 대접을 받았다. 제공된 숙소는 하룻밤에 440만원이 넘는 스위트룸. 이 곳에는 김수현의 이름이 새겨진 목욕 가운과 아령, 요가 매트 등이 준비돼 있었다. 앞서 8일 중국을 방문할 당시에도 중쑤위성TV 측에서 김수현을 위해 전용기를 띄웠고, 무려 600여명의 경호원을 현장에 내보냈다.
김우빈의 기세도 뜨겁다. 최근 대만 4대 일간지 메인을 3일간 장식하며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아시아 스타로서의 인기를 확인한 셈. 팬미팅을 위해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고 유력 매체들의 열띤 취재 열기 역시 공항에서부터 이어졌다. 특히 연합보는 김우빈을 '아시아 남신'이라고 칭하며 극찬했다.
이종석 역시 최근 중화권에 불고 있는 한국 드라마와 한국 남자배우 열풍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중국에 수출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한류 열풍의 대세로 떠올랐다. 쏟아지는 중화권 팬들의 방문 요청에 응답하여 대만 팬미팅과 상해 팬미팅을 개최, 점차 국외 팬들과의 교류를 늘려가고 있다.
▶혐한을 이겨낸 신한류천왕… 얼마나 갈까
과거 배용준·이병헌·권상우·장동건 등 일명 '1세대 한류 천왕'은 2000년대 초반 한류를 이끌며 특히 일본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준기와 장근석 등도 한류 1.5세대로 불리며 일본에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달라졌다. 3년여 전부터 일본에서는 반한류 움직임이 감지됐다. 장근석과 김태희 등이 지독한 루머에 시달렸고 김태희의 경우 모델을 맡았던 브랜드가 현지에서 불매운동의 피해를 입었다. 한류 최고 스타로 불리던 카라와 소녀시대의 인기도 한 풀 꺾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엔터테인먼트계가 눈을 돌린 곳은 중국 대륙.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규모는 업계 최고 미국을 넘어서고 있다.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에 이어 2위 규모다. 할리우드 대작이 아시아 언론시사회에 일본을 꼭 거치던 움직임도 점차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대접도 달라졌다. 중화권 내 한류 스타의 광고 개런티는 국내에 비해 1.5배에서 많게는 2배 이상이다. 광고 에이전시 윤설희씨는 "드라마나 영화 출연료도 많이 높아졌지만 광고 개런티 상승이 눈에 띈다"며 "이민호·김수현·전지현 등의 광고 개런티는 10억원에서 15억원(1년 기준)선을 넘어섰다. '부르는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인기는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서울종합예술대학교 이호규 교수는 "이민호·박해진·김수현이 일본이 아닌 중국에서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중국은 20년 안에 세계경제를 지배할만한 대국이다. 최근 그들이 문화예술콘텐츠산업에 눈을 돌리면서 방송·드라마 등 콘텐츠와 스타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시기에 한국의 스타가 중국으로 진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건 고무적인 일"이라며 "특히 '상속자들'이나 '별에서 온 그대' 등의 드라마는 중국 지상파에서 방영된적이 없는데도 SNS와 인터넷 서비스만으로 붐을 형성했다. 중국내에서 온라인이라는 시대적 트렌드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 스타, 우리 콘텐트를 중국시장에 내보낼수 있는 기반이 될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4050세대 여성들이 한국 드라마의 남자배우들을 보며 환상을 가지게 됐다. 중국 내에선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소재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텔링을 무기로 내세워 드라마의 주연배우들까지 톱스타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한국 드라마와 스타들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연예계 관계자도 "아시아권의 한류는 불이 붙은 지 얼마 안 됐다. 최소 15년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일본으로 진출했던 지사도 점차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며 중국 내 광고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