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38)은 시카고 컵스 방출 뒤 하루 만에 삼성과 계약하고 이튿날 기자회견을 했다. 유니폼 제작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임창용에게 배번 37은 남다른 의미다. 1995년 해태에서 프로 첫 발을 내딛을 때 달았던 등번호가 바로 37이다. 삼성 이적 후 4년째인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다시 37번을 달았다. 국내에서 뛴 마지막해는 35번으로 바꿨고, 일본 야쿠르트와 미국 시카고 컵스에선 12번을 등에 새기고 뛰었다
그는 삼성에서 등번호로 다시 37번을 선택했다. 원래 외야수 허승민(28)이 달았는데, 임창용은 등번호에 초심을 담기로 했다. 그는 "삼성에 있을 때 계속 달아 애착이 가는 번호다. 허승민에게 미안하지만 번호를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삼성의 유니폼 수송 작전이 시작됐다. 삼성은 곧바로 구단 유니폼을 제작하는 업체에 27일 오전까지 배송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계약이 26일 오후 5시30분쯤 완료됐는데, 기자회견(27일 오전 11시) 전까지 유니폼 제작을 마쳐야 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다행히 임창용이 일본 진출 전과 체중 변화가 거의 없어, 따로 몸무게를 잴 필요는 없었다. 삼성측의 문의를 받은 유니폼 제작 공장은 밤 늦게 배번 등을 붙여 임창용의 새 유니폼을 만들었다. 구단 점퍼는 삼성이 여유분을 갖고 있어 KTX 특송을 통해 공장이 있는 서울로 보냈다. 이후 화물차를 통해 27일 오전 6시30분 홈·원정 상의 유니폼 각 2벌, 하의 3벌, 점퍼 등이 경산에 도착했다. 그제야 구단 관계자들도 한숨을 돌렸다. 관계자는 "갑자기 통보를 받고 유니폼 제작에 들어갔는데 기자회견 전까지 문제 없이 도착해 다행이다"며 "앞서가는 삼성이지 않냐"고 웃었다.
배번 37을 양보한 허승민은 "입단할 때 번호가 몇 개 없었다. 37번을 선택하면서 존경하는 임창용 선배가 딱 떠올랐다"며 "우승할 때 모습 그대로 (오)승환이 형 몫까지 팀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선배의 새출발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