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이 시작되고 연일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마포대교 촬영에 이어 앞으로도 강남 촬영이 남아있다. 서울시와 정부의 대대적인 협조 속에 '어벤져스2'의 촬영이 이어지면서 한국 영화계에선 쓴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하철 촬영을 허락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영화 '소녀무덤'측은 우여곡절끝에 다시 지하철 촬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소녀무덤'처럼 촬영 장소 협조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한국 영화는 한두편이 아니다.
2012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상을 받은 신수원 감독의 29분짜리 단편영화 '순환선'도 촬영 중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 배경이 지하철인 이 영화는 '시민의 불편'을 이유로 지나치게 규제가 이뤄졌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 사용 등 수십 번 협의 끝에 어렵게 촬영을 마쳤다. 주말 시민 이동이 가장 많은 시간에 몇몇 지하철 입구를 폐쇄하거나 무정차 촬영까지 고려하고 있는 '어벤져스2'와 사뭇 다르다.
2012년 천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경복궁과 창덕궁 등지에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역사적 고증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촬영 대부분은 경복궁을 실제에 가깝게 재현한 전북 부안 영상테마파크와 경기 남양주촬영소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당시 영화계는 '팩션을 다루는 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유연성 없는 사고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촬영은 더욱 힘들다. 서울 시내 한복판을 배경으로 한 영화 '감시자들'(13)과 드라마 '아이리스'(09) 촬영할 때도 쉽게 촬영 협조를 얻지 못했다. 서울 시내에서 장시간 영화 촬영을 하는 것은 이동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 촬영 중 교통 체증 유발로 인한 과태료를 무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지원은 커녕 벌칙금을 부과하는 현실에 탄식했다. 이어 "촬영 내내 최대한 신속히 촬영을 마무리하기 위해 애쓴다. 장기간 서울 시내에서 촬영하는 건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교통 통제 및 인력 지원은 언감생심이다"고 덧붙였다.
'어벤져스2'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로 한국에서 쓰는 제작비 중 약 30%를 환급받는다. 결국 마블 스튜디오는 한국 촬영에 드는 제작비 약 100원원 중 30억원 가량을 돌려받는 셈이다. 이 금액은 한국영화 한편의 평균제작비다. 한 영화사 대표는 "강남에 주요 도로에서 촬영을 할 경우 수십억 원이 든다. 그런데 '어벤져스2'는 오히려 지원을 받으면서 찍는다니 정말 실소가 터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이번 '어벤져스2' 촬영에 정부와 서울시에서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진 것을 계기로 한국 영화에 대한 지원에도 문을 활짝 열였으면 한다. 그것이 '어벤져스2'가 한국영화발전에 기여하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