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학과 교수님도 아니고 참 말을 잘 풀어낸다. 배우 장현성(44). 생각, 눈빛이 깊고 배려도 깊다. 그는 요즘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주중에는 SBS 수목극 '쓰리데이즈'에서 섬뜩한 경호실장 함봉수로, 주말에는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자상하면서 허당기 가득한 아빠 장현성의 삶을 살고 있다. 연극, 영화에 이어 드라마에 예능까지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장현성의 활약은 대단하다. 그는 "세상에 쉬운 건 없다. 어떤 걸 해도 다 어렵고 준비할게 많다"고 말했다. '쓰리데이즈'에서 그는 분명 총에 맞았다. 하지만 장례식은 치르지 않았고 매회 과거 회상신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죽은건지 산건지 대체 뭘까. 장현성은 "아… 뭐라고 딱부러지게 말하기 힘들다. 죽었다해도 작가님이 매회 출연시켜줬음 좋겠다. 작은 바람이다"고 웃는다. 이날도 장현성은 일명 교복이라 불릴 정도로 10여년을 입은 빨간 체크 셔츠 차림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극중 함봉수는 죽은 건가.
"나도 뭐라고 딱부러지게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분명 총을 맞았지만 장례식은 치르지 않았으니… 그런데 또 회상신마다 매회 나오다보니 뭐라고 단정짓기 힘들다. 만약 죽은 것인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회상신에서라도 매주 나오면 좋지 않겠냐. 작가님이 알아서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매회 대본을 기다린다."
-유독 이번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다. 준비를 많이 했나.
"다들 그렇게 오해하는데 그런 거 없다.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준비해왔다. 대본 받고 캐릭터 생각하고 대본 보고 연기하고…. 오히려 내가 그동안 부족했다 생각이 들기도 하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작품이고 원하는 캐릭터라 좋게 봤나보다. 달라진 건 없으니 그런 칭찬은 민망하다.(웃음)"
-연극·영화·드라마 모두 섭렵했다. 가장 어려운 분야는.
"연극은 배우 예술이고 드라마는 작가 예술, 영화는 감독 예술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확실한 건 어렵고 쉽고의 순번을 매기기는 힘들다. 다만 연극이 배우 예술이다보니 신경쓸 것도 많지만 그만큼 보람도 느낀다. 2012년 '노이즈 오프'가 마지막작이다. 시켜만주면 다시 연극 무대 오르고 싶다."
-3회 쪼그려 앉던신이 레전드로 꼽힌다.
"사실 소이현에게 다가가 테이블보를 젖히는 장면이었는데 경호실장인데…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아 감독님께 주문했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를 내며 나간 척 한 후 문을 스윽 닫고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는 장면으로 갔다. 이미 그 방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확실이 들었을 때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그 장면에 대해 얘기가 많더라. 그렇게 무서웠나…(웃음)"
-실제 청와대 경호관을 만났나.
"실제로는 불가하다. 청와대 경호관이다 보니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캐릭터 구상을 하는데도 여러가지 제약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내 나이 또래에 벌써 경호실장을 하는 건 말이 안됐지만 드라마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경호실장은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다. 퇴직한 경호관 분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지난해 겨울 시놉시스를 보게 됐고 그 무렵 작품 제안을 받았다. 그동안 '실장' 전문 배우였다. 경호실장이다보니 오랜만에 몸을 움직인다. 멋있는 군인의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잘 맞았다. 또 김은희 작가와는 오랜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