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주력 상품 ‘알래스카연어’ 광고에서 참치를 구체적으로 저격했다가 이내 변경했다. ‘참치? 촌스럽게’였던 카피가 일주일 만에 ‘아직도? 촌스럽게’라는 쌩뚱 맞은 카피로 바뀐 것. 특정 제품을 부정적으로 다룬 광고에 대해 심의가 진행될 조짐이 보이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참치 촌스럽단 말, 돌연 쏙 들어가
CJ제일제당은 최근 ‘알래스카연어’의 광고 모델로 배우 이서진을 발탁하고 지난달 24일부터 해당 광고를 방영했다. 광고는 ‘참치? 촌스럽게~ 이젠 연어지!’라는 이서진의 멘트로 시작됐다. 참치캔 시장의 독보적 1위인 동원F&B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두 회사는 연어캔 시장을 두고도 경쟁 구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영 일주일 만에 광고가 바뀌었다. 지난 1일부터 방영된 광고에서는 이서진이 ‘아직도? 촌스럽게~ 이젠 연어지!’라고 말한다. ‘아직도 참치를 먹냐’는 의미로 풀이되지만 앞선 광고를 보지 않고서는 당최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쌩뚱 맞다.
광고 카피가 급하게 변경된 것에 대해 CJ제일제당은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참치를 언급한 부분의 의미가 와전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수정 후 다시 온에어하자고 결정하게 됐다”며 “참치를 일부러 비하하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 만든 문구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심의 진행될 조짐 보이자 급히 수정”
그러나 업계는 무리한 광고 문구에 대한 외부의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블 채널의 광고는 자체 심의를 거쳐 방영하는 거라 상관 없지만, 공중파에서 특정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광고가 방영되기는 힘들다”며 “관련 논의가 진행될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를 느낀 CJ제일제당이 급하게 광고를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최근 해당 광고에 대한 민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광고심의팀 관계자는 “CJ제일제당 알래스카연어 광고와 관련한 민원이 접수된 것은 맞다. 관련 건에 대해 조사하고 확인하는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내부 회의를 거쳐 상황에 따라서는 이미 방영된 광고분에 대해서 심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참치캔 1위 동원에 쌓인 앙금으로 풀이
CJ제일제당이 이처럼 광고 문안에 무리수를 둔 이유는 뭘까. CJ제일제당은 지난 2011년 7월 ‘프레시안 워터 튜나’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참치캔 시장 점유율 확보에 실패했다. 시장 점유율 독보적 1위 업체 동원F&B가 막강한 유통망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설 자리를 내주지 않은 것. 결국 제품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참치캔 사업을 접은 CJ제일제당이 동원F&B에 쌓인 앙금이 있을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참치캔 시장에서 맺힌 한을 연어캔을 통해 풀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앞서 진행된 동원과의 '연어 색깔 논쟁' 등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