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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보조금 ‘서킷 브레이크’ 반대하진 않지만…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번호이동 자율 제한제(서킷 브레이크)' 도입을 추진한다. 이동통신사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증권시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서킷 브레이크 도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번호이동 자율 제한제'에 대해 운을 뗐다.
번호이동 자율 제한제는 보조금으로 이동통신 시장이 과열되면 번호이동 전산망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로,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거나 내리면 거래를 중지시키는 증권시장용어를 차용해 '서킷 브레이크' 제도로도 불린다.
최 위원장은 "이통사들이 사업정지 기간 중임에도 이용자를 차별하는 보조금 지급 문제가 심각하다"며 "번호이동 자율 제한제 등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최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치고 나서 "이통사와 번호이동 자율제한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고 구체적인 협의를 한 뒤 5월 이후에 본격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통 3사는 번호이동 자율 제한제 도입에 일단 반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여러 조치들이 이뤄졌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번호이동 자율 제한제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화되는 것은 우리는 원한다"며 "이를 위한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방통위와 잘 협의해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원칙적인 찬성일 뿐 실효성에는 의문을 보였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매장에 손님이 왔는데 개통안된다고 돌아가라고 할 장사치가 어디 있겠느냐"며 "예약을 걸어놓고 다음날 가입시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번호이동 자율 제한제는 일시적인 조치 밖에 되지 않는다"며 "다음날 이통사 중 누군가 보조금을 뿌리면 다시 과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이통사들이 서킷 브레이크을 발동하는 기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통사마다 상황이 달라 사별 번호이동 제한 배분비율을 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
또 번호이동 자율 제한제가 보조금 상한선과 함께 이중 규제가 될 수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가 보조금 과열 경쟁을 위해 하겠다고 하면 반대할 수는 없겠지만 제조사의 높은 출고가 등 보조금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한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