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26·울산)은 시즌 초반 절정의 골감각을 자랑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클래식 8경기에 출전해 7득점·1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4경기에서는 무득점이다.
김신욱의 부진에 울산도 하향세다. 리그 선두 자리를 지키다가 최근 3경기 무승(1무2패)으로 5위(4승1무3패·승점13)까지 처졌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도 불안하다. 귀저우 런허(중국)와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에게 연달아 지면서 H조 3위(2승1무2패·승점7)로 추락했다.
김신욱이 최근 부진한 원인은 체력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말부터 소속팀과 대표팀 일정을 빡빡하게 소화했던 김신욱은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조민국 울산 감독은 김신욱에게 휴식을 줬다. 3월 29일 FC 서울전 이후 지난 1일 귀저우 원정에 김신욱을 데려가지 않았다. 그러나 푹 쉰 김신욱은 그 이후에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김신욱이 부진한 근본적인 이유는 '롱볼 축구'와 패스 축구'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는 탓이다. 이는 축구 대표팀이 지난해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김신욱은 196㎝ 큰 키를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에 능하다. 동료들이 길게 띄워주는 패스를 골문 앞에서 받아 수비수를 제치고 넣는 헤딩 골이 일품이다. 김신욱은 K리그 역대 최다 헤딩골 기록(34골) 보유자다.
하지만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는 김신욱표 롱볼 축구가 오히려 독이 됐다. 김신욱을 주전 공격수로 기용한 한국은 2무1패로 3위에 그쳤다. 김호 본지 해설위원은 당시 "김신욱과 같은 장신 공격수를 쓰면서 단조로운 공격패턴에 빠졌고, 상대에게 간파당했다"고 했다.
울산도 김신욱 딜레마에 빠졌다. 올해 조 감독이 부임하면서 울산은 철퇴축구에 패스를 더했다. 짧은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끌어올리고 긴 패스를 이용해 공격 활로를 뚫어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한다. 김신욱도 골문 앞에서 긴 패스만 기다리기보다는 최전방에서 많이 움직이면서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진 전천후 선수로 진화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쌓아온 팀 스타일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니었다.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지고 선제골을 내주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후반에는 무조건 김신욱에게 띄우는 '롱볼 축구'로 회귀했다. 상대 수비수들은 김신욱 한 명만 막으면 승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김신욱도 "모두 나를 막는데 집중한다. 이 상황을 넘어야 하는데 내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김신욱의 대학 은사인 조정호 중앙대 감독은 "김신욱 큰 키로 인해 간혹 딜레마에 빠지지만, 장점이 더 많다. 지금은 체력이 고갈돼 제 실력을 다 못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긴 패스와 짧은 패스가 오는 상황을 미리 간파하고 그에 맞는 공격을 재빠르게 준비해야 일류 공격수가 될 수 있다. 축구 센스가 있는 김신욱이 잘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