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TV에 예능 본방송이 사라졌다. KBS·SBS·MBC 등 지상파 3사는 예능 프로그램 편성을 모두 취소했다. 일부 프로그램은 녹화를 하고는 있지만 언제 방영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 JTBC 등 종합편성채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예능프로그램·드라마 등을 결방하고 뉴스 특보로 대부분의 시간을 대체했다.
케이블 채널도 애도 분위기에 동참한다는 뜻을 전했다. 대부분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16일부터 결방 중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우뚱 할 만한 일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본편은 결방했지만 재방송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MBC '무한도전' tvN '꽃보다 할배' 등 '웃기는'인기 프로그램은 사고 전보다 더 방송되는 분위기.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대중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애도 분위기 속, 예능 불방을 결정해놓고 '눈 가리고 아웅' 식이 아니냐는 것. 왜 본방송의 웃음만 사라지만, 재방송은 계속되고 있는 지 그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케이블 예능 재방 얼마나 나오나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예능 프로그램은 종적을 감췄다. 방송사마다 행여 네티즌의 애도 분위기를 거스를까 겁내며 '결방 선언'에 나섰다.
케이블 방송사 역시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편성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재방송은 상황이 다르다. '무한도전''라디오 스타''꽃보다 할배' 같은 인기 프로그램들은 채널을 바꿔가며 24시간 재방송되고 있다. CJ E&M 측이 21일 보내온 결방 편성표를 살펴보면 tvN 'SNL코리아'(26일), '코미디빅리그'(27), '감자별'(21~22일), '명단공개 2014'(21일) 등이 모두 결방된다. Mnet 역시 '와이드 연예뉴스'(21일)를 결방한다. XTM은 '옴므'(22일)의 결방을 결정했고, OCN, 채널CGV 등 영화채널은 재난영화를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채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MBC 뮤직은 18일 '가요시대'의 본방송을 내보냈다가,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오래된 콘텐트이다 보니 내보낼 수 없었다"고 변명한 뒤 "이번주부터 결방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본편이 결방된 자리에는 재방송이 편성됐다. 20일 MBC뮤직의 편성표를 살펴보면, 오후 1시 현재 '라디오스타'가 편성됐다. 3시에는 '쇼 챔피언'을 재방송으로 내보내고, 5시에는 '아이돌 댄스 대회'를 재방송한다. 6시에는 '우리 결혼했어요' 세계판 시즌2가 재방송되고, 8시에는 '가요시대'를 재방송한다. Mnet도 마찬가지다. 21일 편성표를 살펴보면 '본편 결방, 예능 재방'인 상황. 오후 2시 현재 음악 소개 프로그램인 '볼륨텐'을 재방송하고, 3시에는 '더 뮤직 인터뷰'를 역시 재방송한다. 4시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숲'을 역시 재방송했다.
애도 기간 중 웃음기 있는 프로그램의 편성을 자제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만 맞는 이야기’가 됐다. 본편은 결방했지만 재방송은 버젓이 방송되고 있다. '방송사가 말장난하고 있다'는 일부 네티즌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능 재방 꼭 틀어야 될까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예능 결방 결정을 잘 지키고 있다. 16일 이후 예능 프로그램은 본편, 재방송 가리지 않고 싹 사라졌다. JTBC를 예로 살펴보면 21~22일 예정된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전부 결방하기로 했다. JTBC 월화극 '밀회'와 일일극 '귀부인'이 21일과 22일 결방되고, '님과 함께'와 '유자식 상팔자' 등 예능 프로그램 역시 결방된다. 그렇다고, 해당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을 재방송하지 않는다. 결방된 프로그램의 시간에는 세월호 관련 뉴스특보가 방송될 예정. 지상파 3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케이블은 왜 예능 프로그램을 재방송으로 내보내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법을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CJ E&M 관계자는 "방송법에 맞춰 편성을 짜고 있다. 우리는 오락 전문 채널이라 뉴스특보를 내보낼 수 없다. 예능 재방이라도 안 틀면 틀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꽃보다 누나' 응답하라 1994' '인현왕후의 남자'까지 다 끄집어 내 틀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 있지만 예전 콘텐트라도 틀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화면조정 컬러바만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Mnet·tvN 등 CJ E&M 계열의 채널은 대부분 오락 채널이다. 방송법에 따르면 오락 채널의 경우, 오락 콘텐트(80%)와 그 외 콘텐트(20%)의 비율을 지켜 방송을 내보내야 한다. MBC뮤직 측 관계자는 "MBC뮤직과 MBC애브리원의 경우 오락 채널로 구분된다. 오락 콘텐트(80%)의 비율을 꼭 지켜야 한다. 뉴스 특보는 물론 드라마도 내보낼 수 없다. 지상파에서는 '무한도전'을 결방했지만, 우리는 내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남은 20%를 잘 활용하려고 한다. 현재 다큐성 프로그램 '인생을 여행하다' '남극의 눈물' 등을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 JOY 측 관계자는 "본편은 방송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KBS 오락 프로그램은 24시간 내보내야하는 상황이다. 대신 KBS 예능 프로그램 중 예능성이 강하지 않은 것 위주로 편성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