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장봉완(62)은 지난 1994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전문 등산 교육기관, 한국등산학교의 4대 교장이다. 한국등산학교는 40여 년 동안 1만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한 전통 있는 학교로 한국 등산 교육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 교장이 산에 다니기 시작한 지는 그보다 더 오래됐다. 고등학생 시절인 1969년, 서울 북한산에 놀러갔다 인수봉(804m)을 등반하는 클라이머를 보며 산에 입문했다.
그는 ‘산악계의 대장’으로 불린다. 1986년 대한산악연맹이 ‘86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꾸린 K2(8611m) 원정대의 등정 멤버였으며, 88올림픽을 앞둔 ‘88에베레스트(8848m)원정대’에서 부대장을 맡아 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세계 1·2위봉 연속 등정만큼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전국에서 ‘센 놈들’만 골라 뽑았다는 에베레스트 원정대였지만, 팔도에서 올라오다 보니 이른바 ‘족보 정리’가 안 돼 있었던 것. 히말라야원정대는 선후배 서열이 엄격한데, 대원들의 나이와 학번이 확실하지 않아 ‘형제지간’이 불분명했던 것이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원정대의 규율이 깨질 판이었다. 장 교장은 모든 멤버를 집합시켜 ‘주민등록증을 내놓으라’고 한 다음, ‘주민증에 적힌 대로’ 서열을 정했다. 물론 ‘나는 호적이 잘못 됐습니다’ ‘나는 빠른 oo년생이라 학번이 한 학번 빠릅니다’ 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원들이 있었지만 이내 정리됐다. 그때만 해도 대장의 말은 추상과 같아서 항변 뒤에는 곧바로 호된 ‘처벌’이 뒤따랐다. 히말라야 등반을 마친 지난 1993년부터는 서울산악조난구조대장을 8년 동안 맡아오며 도봉산에서 일어나는 산악사고 구조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현재는 3년째 등산학교 수장으로 등반 초보자들에게 산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한해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등산을 배우러 옵니다. 20대에서 60대까지 계층이 다양하지만 되도록 학생들의 수준과 요구에 맞춰서 교육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등반 기술을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은 이제 많은 등산 단체나 아웃도어 기업에서 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타인에 대한 배려, 협동심, 단결심을 강조합니다. 산은 혼자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기율이 엄격합니다. 그것이 한국등산학교의 전통이자 자부심입니다.”
지난 18일 서울 도봉산대피소에서 등반 교육 중 만난 장 교장은 ‘등산의 정신’을 강조했다. 장 교장은 등반 교육 중 짬을 내 커리큘럼에 없는 등산 스틱 사용법에 대해서도 일일이 알려줬다. 온화한 얼굴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보행법을 가르치는 광경을 보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한국등산학교에 오려면 줄을 서야 했습니다. 요즘은 인원이 많이 줄었어요. 이른 아침부터 산악 구보를 시작으로 타이트하게 진행하거든요. 6주 동안 매주 주말을 불편한 산장에서 먹고 자고 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등산학교를 수료하면 유용한 것들이 많습니다. 안전한 산행이나 산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대처 방법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유용한 매듭법, 응급 처치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