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면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면서 예의를 갖추는 감독이 있다. 일명 '모자 세리머니'다. 감독이 선수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두산 홍성흔(38)은 23일 대전 한화전 팀이 7-6으로 근소하게 앞선 8회초 2사 2루에서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이날 두산의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포였다. 홍성흔이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돈 후 들어오자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송일수(64) 두산 감독이 더그아웃 맨 앞줄에 서서 모자를 벗고 홍성흔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것이다. 송 감독의 드문 머리숱이 훤히 드러났지만, 그는 그보다도 더 환하게 홍성흔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송 감독의 인사에 홍성흔도 미소와 고갯짓으로 화답했다.
보통 감독들은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선수에게 더그아웃 앞에서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거나 어깨를 두들겨 준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감독석에서 미소나 박수로 기쁨을 표현하는 사령탑들도 있다. 송 감독은 "캡틴(주장)의 홈런으로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고마운 마음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감독의 '모자 세리머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홍성흔이 타격 부진을 깨고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렸을 때에도 모자를 벗고 그를 향해 인사를 했다. 선수들은 송 감독의 세리머니에 흠칫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송 감독은 평소 홍성흔을 향해 강한 신뢰감을 보인다. 두산 감독으로 부임한 후 선수단 중 가장 먼저 만난 사람도 홍성흔이다. 송 감독은 "홍성흔의 리더십은 두산 선수단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 "그가 좋은 선수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늘 앞장서서 허슬플레이를 하고, 주장으로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한다. 선수들을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칭찬했다.
홍성흔은 "홈런을 치고 들어왔을 때 감독님이 모자까지 벗고 인사를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면서 "평소 감독님이 늘 '캡틴인 네가 잘돼야 팀 분위기가 산다'고 하신다. 내가 시즌 첫 홈런을 쳤을 때에도 누구보다 기뻐해 주셨다. 감독님이 늘 배려해주시고 믿어주셔서 책임감을 갖고 야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